정부 홍보 기사, 비판도 아깝다

[언론 다시보기] 변상욱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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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CBS 대기자

언론사들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정책홍보 기사를 써주고 있다고 한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홍보성 기사를 써주던 언론이 정부 예산에도 손을 뻗쳤고, 여기에 홍보대행사가 끼어드는가 하면 전담팀까지 꾸려 기사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기자협회보의 보도를 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기사 청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이 농업과 농촌문제에 도대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니 돈으로라도 해보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정 관련 부처와 기관이 돈을 댄 홍보용 기사가 언론에 실린다는 건 뒤집어 생각하면 비판적 농정 기사는 당연히 배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추론할 수 있다.


첫째는 후원금과 기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돈독해진 정부 부처와 언론사의 관계 때문에 비판적 기사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은 돈 받고 쓴 농정 기사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 시기에 발생한 다른 중요한 농정 이슈는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된다.


홍보기사와는 별도로 중요한 농정 이슈에 대해 별도의 지극한 관심을 갖고 지면을 배려할 가능성은 오늘 우리 언론의 행태로 봐서는 희박해 보인다.


결국 돈 받고 쓴 농정 홍보 기사는 중요한 비판적 농정 기사에 대해 배타적이고 그 언론의 농정소식을 받아 보는 독자는 우리 농정에 대해 왜곡된 인식과 이미지를 갖게 된다. 기자협회보가 밝힌 유관부처로부터 돈을 받고 작성된 농정·농업 관련 기사 제목을 일별해 보자.


‘밭직불금 서류 한 장이면 된다’ ‘농촌이 달라진다, 최첨단 스마트팜 현장’ ‘농업기업 상생시대 미슐랭급 셰프들도 구매’ ‘진화하는 농촌 그 현장’ ‘저비용 고효율 한국형 스마트팜 첨단 농업부활의 찬가 이끈다’ ‘곤충산업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뜬다’ ‘농민 품삯 고민 줄여준 농기계 에디슨’ ‘국산 체리개발 한창’ ‘농업사 새로 쓴 농진청의 발자취’ ‘뒷방 신세에서 산업 주역으로 평균 75세 시골기업 유쾌한 반란’….


이번에는 비슷한 시기 농업전문 사이트에 실린 주요 이슈를 제목만 읽어보자.
‘왜 신시대 신농업·신농정을 논해야만 하는가’ ‘TPP타결 내용 들여다보니/쌀 문제가 문제’ ‘언론에게 난타 당하는 농어촌 상생기금, 우려가 현실로’ ‘산지 쌀값 15만원 밑으로 하락, 반복되는 쌀 문제 해법은 없나?’ ‘한우고기 가격은 하락하고 수입가격은 급상승, 한우산업 태풍권 가운데로’ ‘쑥 들어간 농기계 산업 육성 의지’ ‘농업은 쪼그라드는데 농정은 뭐하나’ ‘정치농업에서 국민농업으로 가자’….


각 분야에서의 언론보도가 이런 식이라면 언론이 전하는 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발전 내지는 산업의 균형 발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언론의 자유일까?


이것은 언론자유 본연의 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 언론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관행이다. 언론 자유가 갖는 절대적 가치 중 하나는 정부와 정권의 의도적인 뉴스 통제로부터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고 그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켜내고 싶은 언론의 자유는 의미를 찾기 힘들고, 지켜주고 싶은 가치 있는 보도는 희귀해지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어느 날에는 이런 비판도 사라질 거다. 애당초 진지하지도 진실하지도 않은 홍보기사를 두고 누가 시간을 낭비해가며 진지하고 심각한 비평을 써내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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