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에 모인 세계의 청춘들,'원더풀' 외치며 엄지'척'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광주 유니버시아드 취재-조시영 전남일보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조시영 전남일보 기자

“10점 만점에 11점입니다.”
한국과 55년째 수교가 단절된 나라, 쿠바에서 온 빅토르 선수는 광주 U대회에 대해 연신 ‘원더풀’을 외쳤다. 숙소 및 교통에서부터, 여가 시간에 진행된 팸투어까지 흠 잡을 데 없이 만족스러운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가진 그는 세계 유수의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그 나라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는데 광주 U대회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머나먼 땅에 와 그 나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이색적이고, 좋은 경험이었다. 빨간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의 매운 맛은 지금도 침샘을 자극한다.”


이렇듯 김치·가야금으로 배운 한국의 전통문화, 곳곳에 펼쳐진 남도의 절경은 해외 140개국 선수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광주U대회는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전남일보는 대회 시작 전 광주U대회의 3대 성공 키워드로 ‘더불어 청춘’, ‘다감한 광주’, ‘시민도 함께’를 꼽았다.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위 세 가지 요소로만 평가하자면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문화를 뜻하는 컬처와 유니버시아드의 합성어인 컬처버시아드를 외치며 대회기간 다양한 문화행사가 개최됐다. 세계 젊은이들이 광주 시내 금남로에서, 선수촌에서, 주경기장 인근에서 함께 즐겼다.


금남로 물총축제에서 만난 폴란드 출신 안나 팔린스카씨는 “광주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물을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세계의 청춘들이 광주를 느끼며 추억을 쌓았다.


대회기간 진행된 팸투어를 통해서는 남도문화를 적극 알렸다. 선수들에게 남도의 관광지 탐사 기회를 제공했고,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그 속에서 만난 시민들은 친절하고 푸근한 광주를 선수들에게 각인시켰다.


지난 1980년 5월 주먹밥을 나눠먹던 광주시민들의 ‘나눔’ 정신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재현됐다. 지진 참사로 고통 받은 네팔 선수단을 보듬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에게 유니폼과 운동화 등을 전달, 지구촌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5만여 명의 국가별 시민서포터즈는 환영행사부터 경기장별 응원까지 선수단의 곁에서 대회기간 가족이 돼줬다.


▲지난 3일 광주 서구 금화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뉴시스)

스포츠 정신을 충분히 구현한 저예산 개회식도 돋보였다. 광주U대회 개회식은 1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직전 러시아 카잔U대회 개회식이 1200억원,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이 230억원을 들인 것과 비교하면 알뜰한 대회라 할 만하다.


개회식부터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은 모습이 역력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은 “한류스타로 도배됐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회 기간 주경기장을 훤히 밝혀야 할 성화가 갑자기 꺼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셔틀버스, 부족한 대회 편의시설, 보안에 구멍 뚫린 선수촌 등 여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U대회는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코리언 특급 박찬호와 광주출신 체조스타 양학선이 나서는 등 스포츠 대회 본연에 충실했다. 성화시스템도 센서오작동으로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동방식을 택했다. 선수촌 인근 일반차량 진·출입을 막아 원활한 셔틀버스 수송에 힘을 썼고, 선수촌도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어찌 대회가 완벽할 수 있으랴. 대회기간 배구경기가 열린 염주종합체육관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고, 인기 스타와 팀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장은 관중석이 텅텅 비기 일쑤였다. 자원봉사자와 대회진행 요원들의 사전 교육도 충분치 못해 요소요소에서 아쉬운 점도 이어졌다. 대회를 치르는데 양에 치우친 나머지 질적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번 대회를 통해 광주에는 국제양궁장, 남부대 국제수영장,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 등 훌륭한 체육 인프라 시설이 들어섰다. 이제 시설 활용과 향후 유지 보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대형 스포츠 대회를 위한 경기장 같은 시설물은 나중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체육 인프라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진정한 ‘경제 유니버시아드’가 될 것이다.



조시영 전남일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