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이 아닌 선거를 위한 정권

[언론 다시보기]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4월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연행중이라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져 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연행해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그런다고 유가족들이 더 이상 진상 조사를 요구하지 않게 될까?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의 분노만 자극할 뿐인 경찰의 쓸데없는 이 행위가 현 정권에 과연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정권은 힘으로 눌러 버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구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300명이 넘는 이들을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고, 구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그럴듯한 조사조차도 하지 않은 정권이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거나 이해받을 수 있는 구석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맞다. 안타깝지만 적어도 세월호 참사의 경우엔 이 정권에게 어떠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바로 그 순간 300여명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정권의 무능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정권을 내어 놓을 각오를 하고 진상 조사에 앞장선다면야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현 정권은 그저 힘으로 누르고 또 누르려는 노력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세월호 참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어떠한 기대를 할 것들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전혀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건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태극기 걸기 운동이나 국민체조 같은 것들 뿐이다. 그게 도대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고민들과 어떠한 연관성을 지닌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애초부터 그랬다. 창조경제라는 말 자체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저성장 국면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그럴듯한 설명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뭘 창조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창조하겠다는 건지, 창조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이 매우 합목적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노력하고 성과를 내는 부분이 하나 있긴 하다. 그건 다름 아닌 ‘선거에서의 승리’다. 이 부분에서는 ‘기대할 것이 분명 많은’ 정권이다. 


박근혜라는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한 지난 10년간의 선거 전략은 수많은 승리를 선사했고, 이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부분에서만큼은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정책면에서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것과 달리, 선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매우 분명한 목적과 전략이 보이고 그 정교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렇게 보면 이 정권은 다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일종의 ‘선거용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집권이란 목적을 위한 ‘과정’인데, 이 정권은 집권이 아니라 선거 승리가 여전히 목적인 정권으로 보인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선거 승리를 통해 ‘집권’이란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인 집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수단인 선거에 스스로를 고착시킨 정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집권’이란 면에서 현 정권에겐 기대할 게 없다는 것, 두 번째는 이 정권과의 유일한 소통 가능 지점은 선거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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