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또 해고…만화 연재 이유로 권성민 PD 해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부당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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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지난해 12월 복귀한 권성민 PD를 21일 해고했다. 개인 블로그와 SNS 등에 예능국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연재한 것이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다.


권 PD는 2012년 170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해고당한 7명(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상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에 이어 8번째 해고자다. 권 PD 해고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표적 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는 21일 ‘회사를 향한 근거 없는 반복 비방 등 해사행위는 엄단하겠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넷에 편향적으로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한 권 PD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권성민 PD가 개인 블로그와 SNS 등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만화.

 

예능국 소속이었던 권 PD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오늘의 유머’ 커뮤니티 게시판에 ‘엠XX 피디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관련 MBC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글을 올렸다가 회사 명예 실추 등으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가 끝난 권 PD는 지난해 12월 제작 업무와 무관한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발령됐다.

 

원직이 아닌 예능국 밖으로 쫓겨난 권 PD는 자신의 블로그와 SNS 등에 자신의 생각과 예능국의 삶을 그린 ‘예능국 이야기’를 만화로 3차례 연재했고, 일부 매체에서 이를 기사화했다. 이에 경인지사장은 각 매체에 해당 기사를 내리도록 조치를 취했고 실제 해당 만화는 개인블로그와 각 매체에서 삭제됐다.

 

MBC는 경인지사를 ‘유배’로 지칭하고 김재철 전 사장의 발언을 인용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MBC는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에 따른 전보조치를 ‘유배생활’이라며 사적인 감정을 실어 비방했다”며 “인사발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본인의 품위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고, 캐리커처를 이용해 전직 사장에 대한 조롱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해고 조치로 MBC의 온라인 및 SNS ‘검열’은 뚜렷해지고 있다. MBC는 지난해 외부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권 PD를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 폄훼 논란이 일었던 리포트를 방송 전 회사 동기 카톡방에 공유했던 한 기자에게도 정직 1개월을 징계했다. 권 PD는 지난 19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개인적인 공간인 만큼 이 같은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MBC는 “SNS는 사실상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며 “2010년부터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정성과 품격, 보안 등 임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함으로써 회사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민 PD가 개인 블로그와 SNS 등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만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명백한 ‘부당 해고’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징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억압이자 도발”이라며 “권 PD의 정상적인 의견 개진과 표현을 징계와 처벌로 대하는 회사의 비정상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여론의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 내부에서 ‘표현’을 문제 삼아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퇴행이자 반동”이라며 “구성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여론에 귀를 닫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기어코 김재철 시절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회사를 위해 ‘입바른’ 소리 한 번 했다가 정직 6개월의 고초를 겪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라며 “현 경영진의 반민주적 광기 말고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폭력”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정직 6개월 징계의 부당성도 재차 강조했다. MBC본부는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사측”이라며 “보도국 수뇌부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외면하고 유가족을 모욕, 폄훼하는 보도 참사를 일으켰고 경영진은 이를 비호했다. 실망하고 분노한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권 PD는 해고됐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적반하장 징계”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이번 징계는 개인에 대한 집요한 표적 징계이자 감정에 치우친 부당 해고”라며 “경영진은 ‘괘씸죄’로 경솔하게 망나니의 칼춤을 췄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과 다름없다.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의 본래 자리를 되찾는 일에 즉각 나서 MBC의 비정상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권 PD의 부당해고와 관련해 22일 오전 8시 서울 상암동 MBC경영센터 1층에서 항의 피켓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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