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한겨레 삼성광고 사라졌다

사제단 발표후 단 한건도 없어
조·중·동·매경·한경 큰 변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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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신문사별 삼성 광고 게재 건수. 10월1일부터 11월12일 까지. 표는 기사 아래.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던 한겨레와 경향신문 지면에서 삼성그룹의 광고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본보가 조선 동아 중앙 한겨레 경향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7개 신문의 10월1일부터 11월12일까지의 광고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매일경제가 전면광고 8면을 포함 34건으로 가장 많은 광고를 게재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전면광고 14면을 포함 31건, 한국경제가 전면광고 7면 포함 29건, 중앙일보가 전면광고 12면을 포함 25건, 동아일보가 전면광고 10면을 포함 21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향신문은 전면광고 5면 포함 14건, 한겨레는 전면광고 8면 포함 14건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한겨레의 경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제1차 기자회견 직후인 10월3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5일간, 경향의 경우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12일간 삼성관련 광고가 단 한 건도 게재되지 않았다. 이는 한겨레가 사제단의 발표 전인 10월 한 달간 전면광고 8건을 포함 14건, 경향이 전면광고 4건을 포함 13건을 수주한 것과 대조된다.

또 사제단의 제1차 기자회견 전인 지난달 26일(금) 한겨레에 전면광고 3면을 포함 5건의 삼성 광고가 게재된 점, 경향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사제단 접촉이 알려진 24일부터 31일까지 9건의 광고가 실린 점과도 대비된다.

두 신문의 경우 1차 기자회견 전인 10월 한 달간 조·중·동과 경제지에 비해 절반 이하의 수주율을 보였다. 이 두 신문은 ‘삼성 은행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삼성에 우호적인 보도를 해왔던 중앙 동아 매경 한경 조선 등은 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 후 광고 게재 건에서 소폭 줄었을 뿐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경우 삼성에 대해 일부 양비론적 기사를 써왔지만 광고 게재 건수에서 별다른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조선은 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이 있던 10월29일부터 전면광고 5면을 포함 11개의 광고를 수주했다.

특히 매경의 경우 1차 기자회견 당일인 29일과 하루 뒤인 30일 7개의 삼성 광고를 한꺼번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31일에는 현직 사회부장의 데스크칼럼 ‘불편한 진실, 불량한 폭로’가 실리기도 했다.

매경 사회부장은 이날 칼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꼬리를 무는 폭로와 해명 속에 한국사회는 온통 난장판이 됐다”며 “잔인한 폭로가 진실의 탈을 쓰게 된 책임의 상당 부분은 ‘정의’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무리에게 있다”고 주장,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비판했다.

동아도 1차 기자회견 후 전면광고 5면을 포함 10개의 광고를, 중앙도 전면광고 4면을 포함 9개의 광고를, 한경은 전면광고 4면을 포함 9개의 광고를 수주했다. 이는 1개월 전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이와 관련 각사 광고국 담당자들은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의 광고 실종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사 광고국 담당자들이 뽑는 최대의 광고주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광고는 1차 기자회견 후 중앙에 1차례 동아에 1차례, 경향에 1차례, 매경에 2차례 실렸을 뿐이다.

광고업계에선 “거의 모든 신문들이 삼성전자의 정기 배당 광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신문의 경우 삼성의 입맛에 맞는 기사로 몇 건 수주하긴 했지만 저조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일간지 광고 담당자들은 삼성 비자금 의혹 장기화에 따른 광고 고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A사 광고국 담당자는 “비판적인 기사가 실릴 경우 광고 효과가 반감된다는 이유로 광고 게재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회사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광고 단가는 각 사별로 차이가 많지만 메이저 신문의 경우 전면광고가 5천~7천만원, 9단 변형광고의 경우 3천~4천만원선이다. 또 행정부처나 그룹광고의 경우 1억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광고대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언론의 ‘경제 민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고 수주를 이유로 거대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8월 한국언론재단이 현직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일맥상통한다. 당시 현직기자의 61%가 언론자유를 가장 크게 침해하는 요인으로 광고주를 지목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삼성이 언론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광고비를 통한 압박”이라며 “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신문사들이 큰 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큰 문제로 남는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은 “사주와 광고주가 결합한 편집권 위협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며 “기자사회 내부에서라도 이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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