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청’들을 두근거리게 할 2025년 신춘문예 시즌이 돌아왔다. 10월 말 이후 신문사들은 일제히 관련 사고를 내며 다시금 바쁜 시기를 맞은 모습이다. 특히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란 호재가 있던 터 예년과는 다른 행보, 기대도 엿보인다.
서울신문은 1일 신춘문예 사고에서 “한국 역사상 최초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한 신춘문예라는 위상에 맞춰 이번부터 부문별 상금을 종합일간지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50만~200만원을 인상하며 단편소설 700만원, 시 500만원, 시조·희곡·문학평론·동화 각 300만원을 책정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올해로 75년이 됐는데 당선자 모임인 문우회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드문 곳이고 여러 제안을 줬다. 상금 인상도 지난해부터 말이 나왔는데 올해 한강 작가 수상 등과 겹쳐 최고 수준에 맞추기로 경영진이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강 효과’로 타사 응모작도 많을 듯한데 저희 쪽엔 특히 더 많을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에 관심이 커진 분위기에서 우수 신진 작가를 찾는 마중물 역할을 잘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0월 말~11월 초 사이 경남신문, 경인일보, 경향신문, 광남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농민신문, 동아일보, 매일신문, 무등일보, 문화일보, 부산일보, 세계일보, 영남일보,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한국일보 등에서 공지를 내고 내년 1월1일자 지면에 실릴 신진 작가 발굴에 나섰다. 매년 30여개 매체가 경쟁하는 장에선 공모 형식, 내용, 대상을 바꾸는 시도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은 2013년 시작한 신춘문예를 올해 ‘아르떼 문학상’으로 확대 개편하고 지난 6월 첫 당선작을 냈다.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응모 가능한 유일한 장편소설 문학상이다. 현 신춘문예 최고수준인 동아일보 중편소설(3000만원) 부문보다 많은 5000만원 상금을 걸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신인이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플랫폼으로서 신춘문예가 매력을 많이 잃은 상황에서 서로 ‘윈-윈’ 할 방법을 고민했고 기성 작가에게도 기회를 줘 새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올해 ‘만추문예’ 2회 당선작을 냈다. 시·소설 부문 공모이고 특히 만 40세 이상 미등단 작가만 응모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치열한 신춘문예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를 꾀한 방식에 해당한다. 부산일보도 지역 라이벌 국제신문의 수준과 견줘 올해 단편소설(700만원)과 시(500만원) 부문 상금을 200만원씩 올리기도 했다.
100여년 된 제도에선 시대 변화도 드러난다. 통상 1925년 동아일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데 해당 매체는 지난해부터 “응모작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선이 취소됩니다”란 문구를 사고에 넣고 있다. 다만 큰 흐름에서 신춘문예는 수익보다 ‘레거시’ 계승이란 의미가 큰 사업으로 존폐를 내·외부에서 도전받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18년간 해온 경제신춘문예를 2022년 이후 사실상 폐지했다. 중앙일보는 1966년 시작한 신춘문예를 2000년 문학상으로 개편했고 2020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결국 없앴다.
요즘 시기 응모자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지난해 신문사별 응모작 수는 약 1000~9500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등단 기자는 존경하는 작가 행보를 따르고 권위 있는 상으로 첫발을 떼고픈 개개인 차원, “새해 첫날 전국에 이름이 알려지는 신문의 효능감” 등을 신춘문예 응모 이유로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신문사들이 충분히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진 않은데 공모과정 콘텐츠화 등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짧은 예심 심사가 문학적 시도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늘어난 문학 수요 대응 차원에서 운영상 개선은 중요 지점 아닐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