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에 정정보도 청구' KBS 기자들, 사측 거부로 조정 불성립

2023년 '공정성 훼손 사례' 리포트
사측 "정정·반론보도 대상 아니다"

KBS와 소속 기자들 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전으로 번진 2023년 11월14일 KBS ‘뉴스9’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앵커 리포트. 해당 보도에 대해 법원은 11일 조정기일에서 양 측에 반론보도 조정안을 제안했지만, KBS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조정은 사실상 불성립됐다. 소송을 제기한 2021년 당시 ‘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 KBS 기자 4명은 법원 조정위원의 반론보도 제안에 당초 정정보도 요구안에 준하는 내용으로 한 조정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KBS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2023년 11월14일 보도된 KBS '뉴스9'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앵커 리포트.

앞서 5월17일 KBS 기자 4명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KBS, 박민 사장, 박장범 당시 뉴스9 앵커(현 KBS 사장 후보), 장한식 보도본부장, 김성진 방송주간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14일 뉴스9에서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소식을 전한 뒤 박장범 앵커는 앵커 리포트에서 ‘오세훈 처가 내곡동 땅 의혹 보도’에 대해 “단시일 내에 진실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은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 기자 4명은 해당 앵커 리포트가 “수사기관 마저도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했던 보도임에도 합당한 이유도 없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불공정 편파보도’라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라며 기자들의 명예와 신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조정으로 결론을 내자며 11일 조정 기일을 열었다. 해당 기일엔 ‘오세훈 검증보도 취재팀’ 기자 중 3명이 원고 측으로 참석했고, 피고 측 KBS에선 이근우 취재1주간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법원 조정위원이 먼저 원고 측에 반론보도로 조정안을 제안하자, 기자들은 당초 소장에 제시한 정정보도 문구인 ‘당시 보도는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일련의 보도였고, 취재 과정에서도 충분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에 준하는 반론보도 조건이라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BS 측은 해당 조정안을 불수용했는데 그 이유로 ‘해당 앵커리포트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의견에 해당해 정정·반론 보도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서도 KBS 측은 같은 주장을 폈고, 결국 조정이 불성립되어 이번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 조정위원회에서도 ‘조정 불성립’ 판단이 최종 내려지면 그대로 본안 소송이 진행된다.


한편 해당 앵커리포트가 ‘의견 표명’이라는 KBS 주장에 대해 3월21일 최경진 당시 KBS 시청자위원장은 시청자위원회에서 “KBS 사측 주장대로 그게 보도가 아니라면, 왜 9시 뉴스에서 무려 4분 10초에 이르는 긴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까지 보도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의견표명이라면 그런 것은 보도자료로 내는 게 타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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