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수신료 담당 인력 대규모 파견 인사를 낸다. TV수신료 분리 고지·징수 실시 이후 수신료국으로 대규모 재배치됐던 1차 수신료 담당 인력들이 오는 15일 원 부서로 복귀하면, 사측은 전 직원 중 93명을 각 부서에서 차출해 수신료국 지역 지사로 1년간 파견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측이 2차 수신료국 인력 재배치에 대한 업무 설명이나 모집 일정, 규모, 발령일 등을 구성원에게 안내하지 않고, 재배치 대상자로 선정된 직원을 상대로 한 관리자 면담을 진행하고 있어 “깜깜이 선발” “강제 인력 차출”이라는 내부 구성원의 비판이 제기됐다.
10월8일 KBS는 수신료 담당 인력 선발 사내공모를 실시했지만, 목표 인원이 채워지지 않자 사내공모, 선택적 안식년, 파견 잔류 등으로 충원하지 못한 수십 명을 각 본부마다 차출하기로 했다. 10월 말, KBS 인적자원실은 각 노조에 수신료국 파견 인사에 대해 의견을 요청하며 수신료 업무 필요인원은 본사 77명·지역 54명으로 총 131명이고, 인력 재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은 전 직종 중 △수신료 업무 희망자 △상위직급 중 업무 난이도와 책임이 낮은 평직원 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안에 따르면 2차 인력 재배치 파견 기간은 1년으로, 내년 11월14일까지다.
사측의 이번 파견 조치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7일 성명을 내어 “사측이 내놓은 (수신료 문제) 해법은 그저 또다시 각 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파견은 절차도 불투명하다. 총 몇 명을 뽑는지, 지난번과 비교해 파견 규모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부서별로 몇 명이 가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모든 게 비밀이다. 이렇게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니 특정 직종은 파견에서 빠진다는 식의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불필요한 내부갈등까지 불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경영진은 지금까지 수신료 문제에 대해 인력 파견 외에, 어떤 경영행위를 했나”며 “지난 10개월, 현장과 조합은 노사협의회 등 각종 자리에서 해결 아이디어도 함께 제시했다. 긴급노사협의회 개최도 요구하고 9월 노사협의회 이후에는 현장의 궁금함을 담아 질의서도 보냈지만, 사측은 일체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KBS 같이노동조합도 8일 성명에서 “인적자원실은 노동조합을 상대로 의견을 달라는 문서를 보냈을 뿐, 전 직원을 상대로 모집 일정이나 규모, 발령일 등에 대해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며 “노동조합의 안내를 받거나 어딘가에서 소문을 듣지 않는 이상, 영문도 모른 채 관리자와 면담을 하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회사는 첫 파견 때부터 선발 기준과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않고 일을 강행해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또 같이노조는 “가상계좌 오류로 수신료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고지서를 받지 못했는데 가산금이 계속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력을 아무리 파견해도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수신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사의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사내 노조들의 성명 발표 이후 KBS 사측은 8일 ‘수신료 담당 인력 선발’ 공지를 뒤늦게 올렸다. KBS는 해당 사내 공지에서 “이번 선발 규모는 1차 때보다 적은 규모다. 수신료 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은 연초와 유사한 수준이며, 이번 2차 수신료 재배치 선발규모는 다수의 사전 지원자가 있었기에, 1차에 비해 적은 규모인 총 93명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의 공사 위기를 극복하기 전까지 수신료 재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특정 직종이 선발에서 빠진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며 “공사는 공정한 대상자 선발을 위하여 전체 대상자의 3분의1을 경영직군에서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3분의2를 일반직 전 직종에서, 사전 선발자의 직종을 고려하여 인원을 배분했다”고 알렸다.
앞서 1월15일 KBS는 직원 120여명을 수신료 담당 인력으로 보내는 파견 인사를 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으로 민원 대응, 고지서 발송 등의 업무가 증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에도 수신료국 인력 충원을 위해 사내공모를 진행했지만, 인원이 채워지지 않자 본사 82명, 지역총국 74명씩 본부·직종별 필요 인원 할당 지시를 내려 수요 조사를 위한 부서장 개인 면담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상자 상당수가 원치 않는 발령”, “지역총국의 부족한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발령”이라는 노조와 지역 기자들의 반발 성명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