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보도했다고 기자 재산 압류 신청한 호반건설

언론현업단체 "기자에 대한 폭압 중단하라" 비판성명

서울신문‧전자신문‧EBN의 대주주인 호반건설이 호반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KBS와 취재기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KBS 기자를 배상 청구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기자 개인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까지 신청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호반을 향해 성명을 내고 “폭압적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BS는 지난 3월30일 <공정위, 호반건설 2세 ‘일감몰아주기 의혹’ 곧 제재> 리포트에서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을 보도했다. 이 의혹을 조사해온 공정위가 내부적으로 호반에 대한 제재 방침을 결정했고, 상반기 안에 심사보고서를 낼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보도 이후 호반건설은 KBS와 KBS 취재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KBS 기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재산 채권가압류도 신청했다.

KBS 보도 화면.

호반건설은 지난 4월5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서도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취재기자를 피고에 포함시켰다. 호반건설 창업주이자 현재 서울신문을 포함한 3개 언론사가 속한 서울미디어홀딩스 대표인 김상열 회장도 호반건설과 함께 소를 제기했다.

KBS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는 30일 “호반건설은 KBS 기자들에 대한 폭압을 당장 중단하라”는 제하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도 언론 보도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인 만큼 소송 등 구제 수단을 통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자사의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5억원에서 1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재기자를 피고로 삼고, 취재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폭압적 행태라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호반건설의 대응은 KBS와 취재기자를 본보기 삼아 자사를 향한 언론들의 후속 취재를 막아보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 보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저열한 행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은 과연 언론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언론인과 언론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문제 제기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호반건설은 KBS 기자들에 대한 폭압을 당장 중단하라!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뒤 호반에 관한 비판 기사가 무더기 삭제되더니, 서울신문 지면에서 대주주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요 신문사의 대주주가 된 건설자본에 대해 언론이 확인, 검증 보도를 하는 것은 공익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건만, 호반건설은 자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에 대해 폭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공정위 조사 과정을 보도한 KBS <뉴스9>에 대해 정정보도와 함께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KBS는 물론 취재기자를 배상 청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게다가 취재기자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신청까지 냈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은 비판 기사 삭제 사건을 조명한 KBS <시사기획 창–‘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서도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역시 취재기자를 피고에 포함시켰다. 호반건설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방송의 핵심은 언론 자유에 관한 것인 바, 공적인 영역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기각했던 프로그램이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도 언론 보도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인 만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소송 등의 구제 수단을 통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자사의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5억 원에서 1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재기자를 피고로 삼고, 취재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폭압적 행태라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 호반건설의 대응은 KBS와 취재기자를 본보기 삼아 자사를 향한 언론들의 후속 취재를 막아보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거대 자본 권력인 호반건설이 기자 개인의 급여까지 가압류하려 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은 물론 전자신문, EBN의 지분을 사들이며 여러 언론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언론을 사익 실현의 도구로 삼지 않고, 언론사 대주주에 걸맞는 인식과 행동을 보여줘야 하건만, 일련의 행태는 과연 호반건설이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시민과 독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호반건설은 KBS 취재기자들에 대한 거액의 소송 제기와 재산 가압류 신청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언론 보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저열한 행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은 과연 언론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언론인과 언론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문제 제기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2년 5월 30일
KBS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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