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올해 경영 목표를 이뤄도 3년 연속 적자를 맞는다. 지난 1월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매출 7440억원, 영업비용 7835억원 등을 골자로 -395억원대 적자예산 편성을 보고했다. MBC는 지난해 1237억원, 2017년 565억원 영업손실을 거둔 바 있다. 3년 간 누적적자만 2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중소신문사 몇 개를 매매할 수 있는 규모의 손해다. 상장회사라면 4년 연속 적자 시 관리종목에 들어가고 5년 연속 시 상장폐지가 된다. 지난 10년 내 MBC가 3연속 영업손실을 낸 적은 없었다.
내부에선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사-자회사 간 갈등이 사례로 꼽힌다. MBC 자회사 노조의 협의체인 언론노조 MBC자회사협의회는 지난달 말부터 본사의 구조개편 논의 투명화, 중장기 매체 전략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턴 5개 자회사 릴레이 성명전도 돌입했다. 실제 iMBC는 사업 영역 조정 협상이 진행 중이고, MBC 플러스는 드라마 상생 펀드와 관련한 SPC(특수목적법인)를 세워 자회사-본사 각각 75억원씩을 투자키로 한 상태다. 본사 중계인력의 MBC C&I 이동을 두고 협의도 시작됐다.
MBC 자회사 관계자는 “3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일부 만회해도 경쟁사보다 인력이 훨씬 많은 근본 문제는 남는다”며 “자회사가 제일 말단이라 먼저 겪고 있는데 본사 구조조정과 맞물리는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협의회는 본사 인력과 경비를 자회사가 떠안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 현재 MBC는 그룹전략 TF를 꾸려 중장기 매체 전략을 고심 중인데 그 결과가 자회사 주요 사업권의 본사 회수, 상당 추가 비용지출, 인건비 지불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이다. 나아가 ‘아나운서, 스포츠PD, 엔지니어, 카메라감독 등 본사 인력 중 자회사에 유사 파트가 있는 인력을 자회사로 옮긴다’, ‘중계파트는 30명이 대상’이란 말까지 돈다.
MBC 사측 관계자는 “(자회사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처럼) 기존 업무를 기준으로 채우고 빼고, 단선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중장기 인력정책과 맞물려, 예컨대 4년 내 퇴직자 250명 발생 시 이후 몇 명을 어디에 뽑는 게 맞는지 자회사를 포함한 소프트랜딩을 위해 실무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계업무를 적극적으로 보고 있는데 의사에 반해 강제진행은 못한다. 막상 발표되면 ‘중장기계획이네’ ‘별거 아니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의 인력운용 고민은 뿌리 깊다. MBC 본사 임직원수는 1800여명으로 KBS보다는 적지만 SBS나 JTBC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하지만 시용-공채 기자 간 감정의 앙금으로 그만큼 조직 역량이 발휘되진 못하고 있다. 진행 중인 경력기자 5인 채용만 해도 지난한 내부 논의를 거쳤다. 무엇보다 인건비는 고정 지출이고 덩어리가 크다. 내부에선 매출대비 인건비가 25% 가량일 때 손익분기점에 가까웠는데 현재는 34%까지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여의도 방송센터 부지 매각 대금 6010억원 중 MBC에 실제 들어온 금액은 1500억원 가량으로, 지난 2년 누적적자 정도다. 경영이 어렵고 돈 나올 곳은 마땅치 않다. 지난해 말과 올초 두 차례 명예퇴직 신청에선 불과 60여명이 퇴직했을 뿐이다. 회사 중장기 인력정책에 계속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영상황은 올해도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방문진은 매우 이례적으로 1분기 종료 후 MBC로부터 실적보고를 받았다. 통상 반기 단위로 보고받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인지됐다. 광고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SBS와 JTBC도 각각 21%, 14% 감소했지만 MBC만큼은 아니었다.
지상파 전반의 위기 가운데 특히 MBC는 ‘밥을 버는’ 드라마와 예능의 부진을 겪어왔다.
‘2012~2017 MBC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MBC 드라마 중 2049시청률 기준 상위 20위에 진입한 드라마는 3개, 예능은 6개였다. MBC는 2012년 드라마와 예능 각 6편, 2014년 드라마 8편·예능 5편, 2016년 드라마 4편·예능 5편 등을 장르별 시청률 상위 20위권에 진입시켜왔다. 2017년 경영평가부터 순위 기준이 가구시청률에서 2049시청률로 바뀌며 정밀한 비교는 어렵지만 드라마의 위축세가 도드라졌다. MBC는 전임 경영진 시절인 이 기간 중견급 PD의 이탈을 다수 겪었다. tvN과 JTBC 등이 급성장한 시기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의 잇따른 선전은 MBC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3월말부터 론칭한 드라마와 예능이 잇따라 선전하며 숨통이 트였다. <구해줘!홈즈>, <마이리틀텔레비전 v2>가 제 몫을 했고, <봄밤>, <검법남녀2>,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도 인기몰이를 했다. 이로써 1분기 최악의 경영상황은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과제는 남았다. 몇몇 프로그램에만 관심이 몰리며 드라마와 예능 부문 전체적인 상승세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기자협회보가 올해 1월부터 6월 3주차까지 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주간 기준 시청률 20위권 내 포함된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개수를 조사한 결과 MBC는 1월 14개, 2월 15개, 3월 15개, 4월 7개, 5월 8개, 6월(4주까지) 8개의 성과를 올렸다. 주 단위로 치면 평균 2.68개 프로그램만이 20위 내에 든 것이다.
방송사의 신뢰 자산을 책임질 뉴스 역시 아직은 안착했다고 하기 어렵다. MBC는 지난 3월18일 ‘더 빨리 더 오래’ 시청자를 만나겠다는 취지로 메인뉴스를 개편했다. 오후 7시30분 시작해 100여분간 진행되는 와이드편성이다. 기자협회보 조사결과(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시청률) MBC <뉴스데스크>는 와이드편성 전후 0.2%p의 평균시청률 상승을 보였다. 올해 1월1일부터 3월17일까지 3.6%시청률이었지만 3월18일부터 6월20일까진 3.8%였다. 동기간 KBS<뉴스9>는 11.2%에서 10.4%로, SBS<8뉴스>는 5.8%에서 5.7%로 미세한 감소세를 보였다.
시청률은 올랐지만 당초 취지였던 심층 뉴스가 제작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 보도견제기구인 MBC 민실위는 지난 4월 노보에서 와이드개편 후 한 달 간 평일 메인뉴스에서 ‘김학의 별장 성접대’, ‘버닝썬’, ‘연예인 마약보도’에 꼭지수를 가장 많이 배분한 날이 20일 중 7일이었다면서 사건사고 보도가 늘어난 반면 블록화된 뉴스는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MBC 한 기자는 “백화점식 뉴스를 피해보겠다는 취지가 구현되는지 구성원들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길어진 시간을 채우려니 안 들어갈 법한 사건사고 보도까지 들어간다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와 달리 예전 익숙한 방식으로 회귀하고, 심층적인 접근보다 당장의 반향을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 편성까지 달라졌으니 가시적인 시청률 성과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