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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보호 기자 생명'vs'법 위에 언론 없다'

미 연방대법원 취재원 공개 거부 유죄 파장

차정인 기자  2005.07.06 09: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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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따라 판단 달라…취재원 공개 강제 안돼

국내도 공개요구 있었지만 확정판결까진 안가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취재원 공개 거부 기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미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과 언론자유의 위협이라는 서로 다른 평가가 대립되는 가운데 기자의 윤리는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사건의 전말

언론자유, 특히 취재원 보호와 관련돼 미국의 법체계는 주와 연방법원의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30여개주가 ‘방패법’이라 불리는 취재원보호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연방헌법은 취재원 보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취재원 공개를 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아 상당수 기자가 형을 살았던 전례가 있다.



이번 ‘리크게이트’도 미국의 특수한 법에 기인하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은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의 명분이었던 ‘이라크 우라늄 구매 시도’에서 출발한다. 부시 미 대통령이 2003년 1월 이를 확신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알고 보니 ‘구매 시도’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뉴욕타임스에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대리대사의 기고문이 게재되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상황이 악화되자 윌슨 전 대사를 비난하며 그의 부인이 미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다는 내용을 폭로하는 대표적 보수논객 로버트 노박의 칼럼이 게재됐다.



사건은 누가 CIA 요원의 신분을 노출시켰는가에 초점이 맞춰졌고 특별 검사팀까지 꾸려졌다. 이때부터 뉴욕타임스와 타임지 기자들이 직접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끝까지 취재원을 밝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뉴욕타임스와 달리 타임지는 미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직후 법 위에 언론은 없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향후 어떻게 사건이 전개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언론계에서는 타임지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 기자의 취재원 보호는 곧 기자의 생명과도 같다는 기자 윤리 때문이다.





한국의 사례

법이 기자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사례는 한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최종 확정 판결까지 간 판례는 없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취재원 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들은 가끔씩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003년 8월, SBS의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에 관한 몰래카메라 사건은 가장 최근에 불거진 대표적인 사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없었던 일처럼 끝났지만 당시 수사를 담당한 청주지검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SBS본사에서 비디오테이프 등 일체의 자료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법원이 취재원 공개를 요구한 것과 다름 없는 것으로 법과 언론의 정면 충돌이라는 선례를 남겼었다.



언론계에서도 당시 사건을 두고 취재원 공개 여부를 주제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취재원 공개가 이뤄지면 언론의 자유는 물론 향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한양대 이재진(신문방송학) 교수는 “과거 언론기본법이 ‘악법’이었지만 취재원 보호와 관련된 조항이 있었다”면서 “한국은 아직 판례가 없지만 취재원 공개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사건의 사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각계 시각

미국의 취재원 공개 거부 유죄 사건을 바라보는 국내 언론계와 법조계의 시각은 일단 조심스럽다. 그러나 언론계 종사자들은 취재원 보호를 ‘생명’ 또는 ‘원칙’으로 분명히 하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법조계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견과 관련 법 체계를 정립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의 법 체계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독일의 경우는 취재원 보호를 세부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취재원 공개까지의 사건이 없었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법원이 공개를 명령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국내법으로 적용해보면 단순히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해서 법정모욕죄나 증거인멸, 은닉죄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우리의 경우는 형사, 민사 모두 과태료나 감치 등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언론광고학) 교수는 “원칙적으로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무책임하게 익명을 남용하는 부작용이 있어 기사에 대한 철저한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취재원을 보호 안해주면 공직자의 경우 누가 취재에 응하겠냐”면서 “미국의 판례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과 언론이 충돌하는 내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체계를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