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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게이트' 남의 일 아니다

미 연방대법원, 취재원 공개 거부 기자에 실형 선고
미국 판례 국내에도 영향…사안따라 공개 요구 가능성

차정인 기자  2005.07.06 09: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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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윤리가 우선이냐 법이 우선이냐.

미국 연방대법원이 취재원 공개를 거부하는 기자들에게 법정모독죄로 유죄의 실형을 선고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미국내 언론·법조계의 지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법의 명령에 따를 것임을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으며 이에 대해 타임이 ‘반박성’ 자사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리크(leak, 누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아 법정모독죄로 기소된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와 타임지 매튜 쿠퍼 기자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의 ‘우라늄 구매 시도’에 대해 언론을 통한 진위 공방을 벌이던 기고 및 칼럼에서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신분이 누설돼 파장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CIA 요원의 신원 공개가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해지는 중죄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위한 특별 검사팀이 꾸려졌고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두 기자는 수사 과정에서 취재원에 대한 진술을 요구받았다.



두 기자는 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취재원 공개를 거부했고 미 연방지방법원의 토머스 호건 판사는 법정모독죄를 적용해 징역 18월을 선고한 바 있다. 호건 판사는 타임지에 기자 구금과 함께 취재원 신분을 밝히지 않는 기간 하루 1천달러(1백만원)를 내라고 별도로 명령했으며 밀러 기자와 쿠퍼 기자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이에 대해 미국기자협회(SPJ, Society of Professional Journalists)는 지난달 27일 즉각 성명을 내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자유에 대한 쇠퇴 결정에 대해 실망하며 기자 윤리와 저널리즘 보호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사주간지 타임은 30일 “이번 결정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할 것이 우려 된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에는 국가안보가 걸려 있으며, 언론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법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명령대로 취재노트,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 발행인인 아서 설츠버거 회장은 이에 대해 “타임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며 자사의 밀러 기자를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한국의 언론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한 내용을 비교적 빠짐없이 보도했으며 특히 타임지가 법원의 명령에 따른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무릎 꿇은 타임’, ‘굴복’, ‘논란’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내 언론·법조계 전문가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동아일보 이수형 기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변호사협회에서도 특집으로 다루는 등 언론 자유의 위협이라는 시각이 많다”면서 “취재원 공개 여부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기자로서 직업윤리 관점에서 보면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옥 변호사는 “미국의 법체계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서 “이런 판례가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도 민감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취재원 공개를 직접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