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방송광고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미디어렙 설치 문제를 논의 중에 있고 광고단가 인상, 광고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방송사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체 광고 시장 규모의 확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신문과 방송이라는 매체 간 영역 다툼이 악화될 가능성을 비롯해 지난 2000년에 이은 보도전쟁의 되풀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디어렙 설치는 ‘불가피’, 다시 수면 위로
문화부는 지난달 초 미디어렙 설치와 관련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광고시장 개방이라는 과제에 따라 4월말 설치한 방송광고 TFT에서 별도의 의제로 분리한 것이다. 문화부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이하 코바코)의 독점 체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렙이란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 현재 지상파방송 광고대행은 정부산하의 코바코가 독점하고 있다.
문화부 송수근 방송광고과장은 “미디어렙은 코바코의 독점 체제 폐지라는 공감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2000년 당시 논의했던 내용을 하나의 안으로 설정해 시작하는 단계”라며 “시장 개방, 국회의 요구, 지상파를 비롯해 특수방송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렙은 이미 지난 2000년 문화부가 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으며 당시 신문과 방송을 비롯해 방송사간에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문화부는 ‘1공영 1민영 체제’로 KBS, MBC, EBS는 공영 미디어렙이, SBS와 지역민방은 민영 미디어렙이 광고판매를 전담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코바코 및 방송사의 지분 참여 한도 등을 규정했다. 그러나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 참여에서 배제된 MBC와 종교방송, 신문 등에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마찰을 겪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최근의 논의도 우선 ‘1공영 1민영 체제’로 가면서 향후 ‘2공영 1민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파방송사, 광고단가 인상 및 제도개선 건의문 제출
문화부가 추진하는 미디어렙과 별개로 방송 광고 매출의 하락에 따른 경영 위기 등을 내세워 지난달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단가 인상과 제도개선 요구를 담은 건의문을 문화부, 방송위원회, 코바코, 국회 문광위 등에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광고단가 인상의 필요성과 중간광고 도입과 광고총량제, PPL(Product Placement, 영화나 드라마 속 상품 광고류) 허용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광고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이후 방송광고 단가 인상이 답보상태에 있어 방송사들의 경영에 위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더이상 늦추면 안된다는 방송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중간광고, 광고총량제를 비롯해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오히려 제작에 방해가 되는 PPL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간광고 도입의 경우 방송사들은 오랜 숙원으로 여기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시민단체 중심으로 ‘프로그램 질 저하, 시청자 권리 박탈’ 등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쉽사리 진행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문과 방송, 생산자와 수용자간 ‘이견’ 예고
미디어렙과 광고단가 인상, 중간광고 및 광고총량제 도입 등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모두 방송 영역에 한정돼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2005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논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광고시장 쟁탈을 둘러싼 신문과 방송간의 보도전쟁도 우려된다. 지난 2000년 미디어렙 설치가 입법예고 되자 신문은 일제히 비판기사를 내보내는 등 광고 시장의 매체간 불균형을 우려했다. 최근에도 문화부의 미디어렙 소위가 알려지면서 동아, 서울 등 일간지에서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또한 광고대행의 경쟁이 가져올 특수방송, 지역방송 등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생산자와 수용자간의 이견도 대립각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중간광고나 광고총량제 등은 매체 간 불균형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권리가 박탈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는 더욱 더 논란이 많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5년전과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면서 “신문도 어렵지만 방송도 더 이상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방송사들이 뭉친 것만 봐도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광고시장의 전체 규모가 현 상황에서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있다. 물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약간의 상승세를 점쳐볼 수는 있겠으나 시장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낙관적이지 않다. 또한 장기적으로 지상파DMB도 광고로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나눠먹기식 영역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