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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획행사의 소탐대실

윤재석 국민일보 심의실장  2005.06.08 1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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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석 국민일보 심의실장  
 
  ▲ 윤재석 국민일보 심의실장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시행하는 각종 기획행사에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날로 열악해져 가는 경영여건을 타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무리수인지도 모르겠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돈 몇 푼 벌려다 수십년동안 쌓은 명성과 권위에 흠집이 날까 걱정된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월12일~7월10일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 한국전'도 마찬가지다.



이 기획전은 주최측의 고압적인 자세로 관람객을 위협하고, 적절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가하면, 환불까지 거부하고 있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엄청난 불만을 사고 있다.



3일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6일(현충일) 예술의 전당 매표구는 아침 일찍부터 가족단위의 관람객 수천명이 붐볐다.



오전 11시 개관하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매표를 위해, 또는 입장을 위해 줄을 선 관람대기자들은 주최측의 고압적이고도 불친절한 태도로 인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짜증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



주최측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안내요원들은 메가폰을 통해 "줄을 제대로 서지 않아 끊어지면 책임지지 않는다"거나 "줄을 똑바로 서라"고 고함을 질러 관람객들을 주눅 들게 했다.



나는 이날 집사람과 초 중등생 아들 두명을 데리고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가 그 지경을 당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안내원과 안내조장을 불러 "도대체 우리가 죄인이냐"고 항의하자 주최측은 마지못해 고압적인 자세를 누그러뜨렸다.



문제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선 관람 대기행렬이 로비와 계단은 물론 광장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전당 이곳저곳을 뱀처럼 휘어 도는데도 그 흔한 로프나 통제선 하나 없어 압사 등의 대형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디즈니랜드까지 가지 않더라도 에버랜드만 가도 볼 수 있는 간단한 행렬 통제장치가 전혀 구비되지 않고 있었다.



일부 관람 대기자가 "도대체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항의하자 주최측은 "관람객이 이처럼 몰릴 줄 몰랐다"고 발뺌했다. 주관자 측은 6일 관람객 수가 평일의 두 배, 보통 일요일의 1.5배정도 되는 7천여 명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관람 대기자들이 도저히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환불을 요구했으나 (주)솔대 측은 "규정상 안된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일부 관람대기자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예외적으로 환불해 주겠다"고 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영박물관 한국전은 조선일보와 KBS가 주최하고, 기획회사 (주)솔대가 주관하는 행사로 성인 1만5천원, 중고생 9천원, 초등학생 7천원이고 차량을 타고 갈 경우 주차비 3천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너나 없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언론사로서 돈 되는 일이면 악마와도 손을 잡고 싶은 심정, 이해가지 않는 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