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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원태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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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한반도 보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 언론은 한반도 보도를 독립적으로 하고 있는가. 5월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국의 대한반도 여론형성과 한미관계'라는 제하의 한미언론 포럼은 이 의문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발표자와 토론자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미국 중견 언론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지만(이성형 애팔래치아 주립대 교수 발표, 기자협회보 5월18일 7면 보도), 미국언론의 북한 보도는 여전히 `틀에 맞춘 보도'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 `타임'의 서울 지국장 도널드 매킨타이어는 미국 주류언론이 북한에 우호적 보도를 하면 얼마나 강한 압박을 받는지 보여주었다.
매킨타이어에 의하면, 로스 앤젤레스 타임스의 서울 지국장 바버라 데믹은 베이징에서 북한 `기업인'을 인터뷰한 뒤 `악의 없이 본 북한(North Korea Without Rancor)'이란 제목으로 5월 1일자 1면 기사를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기사는 “미국에서도 인권이 100%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인들은 괴물, 머리에 뿔 달린 인간 등으로 잘못 묘사돼 왔다. 북한에도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결혼과 이혼도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네티즌들은 이를 놓고 "북한의 밝은 면만 비추고 있다"고 비난했고, '데일리 스탠더드'라는 간행물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기사를 실었다"며 맹공했다. 데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수많은 비판적 기사를 써 왔다"고 해명했다 한다.
데믹의 사례는 미국언론이 `북한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보도의 틀)'를 말해준다. 북한 보도의 틀에 대해 매킨타이어는 `악마화 각본(demonization script)'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가난하고 인권이 억압받는 땅, 북한인은 불쌍하고, 김정일은 핵으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악마” 정도의 보도 범위를 의미할 것이다.
이런 인식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데믹의 사례는 북한에 대한 단편적 인식이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등 최고 정책결정자에서 미국의 주류언론, 일반 미국인에까지 확산돼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다면적 인식을 제공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미국언론이 한반도의 위기.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도 미국인의 한반도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 평상시 미국 언론의 한반도 보도는 많지 않지만 핵갈등과 같은 위기엔 보도가 급증한다. 주한 미국 대사관의 모린 코맥 공보관에 의하면, 평상시 미국 주류언론의 한반도 보도는 하루 2~4건(텍스트 12~14쪽)이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설이 나돌자 하루 20~30쪽 분량으로 크게 늘었다. 2차 북한 핵위기가 불거진 2002년 11월~12월 당시엔 하루 80쪽을 웃돌았다.
위기 중심의 보도는 결국 미국인들 사이에 `한반도는 위기의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최근 NBC방송이 "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미국 언론의 이런 편향보도는 자국인의 한반도 인식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BC의 `선제공격 보도'는 우리 언론에 너무 크게 인용 보도됐다. 이제 우리 언론은 "미국 모 언론에 따르면..."이라는 의존적 보도에서 벗어난 독자적 보도를 추구해야 한다. 미국 언론의 보수적 보도와 한국언론의 미국언론 의존이 함께 극복돼야 한반도 문제를 바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