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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반론에 대한 재반론

SBS 뉴스추적팀 김명진 기자  2005.05.25 11: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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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진 기자  
 
  ▲ 김명진 기자  
 
지난달 21일 ‘뉴스추적, 선정주의적 접근을 경계한다’는 제하의 민언련 논평이 나왔다. "나는 DJ의 딸입니다-진승현 게이트와 특수사업의 실체"가 보도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탐사보도를 앞세운 선정주의적 의혹 부풀리기의 전형’ ‘시청률을 높여 보겠다는 의도’...DJ 딸의 이모를 추적하고, 조풍언씨와 김홍일 前의원 등을 만나려는 노력이 ‘억지로 시간 메우기’로 간주됐다.



국정원 특수공작은 ‘DJ 딸 문제를 공적가치가 있는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것’ 쯤으로 평가 절하됐다. 문장은 준열했고, 강한 단어들이 동원됐다. 기자는 모 정당의 논평에서 ‘정치 공작의 하수인’이 되더니 이번엔 ‘시청률과 선정주의의 노예’가 돼 버렸다.



SBS에 대한 지독한 편견, 방송에 대한 무지가 낳은 논평이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어떻게 선정성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국정원의 권력 남용을 입증할 방법은?” “취재원을 감추면서 신뢰성을 부여할 길은 없는가?” 수십 번 팀 회의를 열어가며 기사를 고쳤다. 최종 방송까지 몇 단계의 게이트키핑과 법률 자문도 거쳤다.



방송을 무산시키려던 온갖 시도도 견뎌냈다. 하지만 민언련 논평 그 어디에서도 제작진의 그런 노력을 고려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단언컨대 우리는 지금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큰 실험’을 하고 있다. 시청률에 매달려 막강한 정치 세력과 국정원을 ‘선정적인 소재’로 동원해야 할 정도로 궁하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이 짧은 글에서 논평 내용을 일일이 대꾸할 여유가 없다. 다만 단체 이름에 걸맞지 않게 논평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민언련은 방송 직후부터 논평을 내기까지 이틀 동안 SBS의 그 누구에게도 전화 한통 건 일이 없다. 자신들이 주창해온 반론권은 그만두더라도, 최소한의 입장조차 알릴 기회도 주지 않았다. SBS와의 채널이 없었나? 민언련은 올해 초부터 SBS 보도자문단에 모니터단을 파견해왔다. 의지의 문제였을 뿐이다. 민언련 논평이 얼마나 치열한 내부 토론 절차를 거쳐 발표됐는지 되묻고 싶다.



이후 민언련 일부 인사의 대응 방식은 더욱 놀라게 했다. 기자의 반박문을 전달 받고도 열흘 넘게 침묵하던 민언련 측은 지난달 3일자 “SBS 기자들, 민언련 논평 어이없다”는 기자협회보 기사가 나간 뒤 다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공휴일이었던 지난 5일, SBS 사장실과 보도국장실에 자문위원 사퇴서를 팩스로 보낸 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2명의 모니터 단원을 철수시키겠다는 말만을 쏟아내고는 끊어 버렸다. 기자와 마찬가지로 언론운동가에게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요구된다고 본다.



사퇴 1주일 뒤 보도자문단장인 성한표 SBS 사외이사의 중재로 민언련이 다시 모니터단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며칠 뒤 다시 철수하기로 했단다. 이번엔 SBS 공방위 간사가 보도자문단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문제 삼았다. 마치 2명 모두 복귀하기로 한 것처럼 잘못 알렸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거듭 사실을 왜곡하는 태도”에 1명도 마저 사퇴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대꾸할 말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팩트가 다소 틀려도 명분만 옳으면 정당화되는 시절이 있었다. 군사 정권 때 저항 언론과 시민단체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독재의 폭압을 뚫고 출범한 민언련, 보도지침을 폭로한 그 기개에 갈채를 보냈던 기자가 이런 글을 쓰게 된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