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노조의 ‘정 사장 퇴진운동’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KBS 사태는 해법을 놓고 내부 구성원간 서로 다른 주장이 대두되는 등 내부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공멸을 우려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KBS의 ‘현 상황’은 노조출범 이전부터 이미 충분히 예견돼 왔다는 게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KBS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 현 집행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인력운용방안’ 문건 유출을 놓고 시작됐다.
당시 노조는 내부 소식망인 코비스(KOBIS)를 통해 공개된 ‘인력운용방안’ 문건이 실무진 검토차원의 자료에 불과하다는 사측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현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문서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노조가 정식 출범한 이후에도 정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정책 중 하나인 지역국 활성화 문제를 놓고 또다시 갈등양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정 사장의 지역국 순회과정에서 표출돼 급기야 일부 지역국에서는 조합원들의 반발로 '사장과의 간담회'가 무산됐는가 하면 지역 라디오국 폐쇄와 지역국 기자충원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이견차를 드러내 사안 하나하나마다 마찰이 빚어졌다.
또한 노사간 첫 협의회가 열린 지난 1월에는 사측 대표인 안동수 부사장이 불참한 것을 놓고 “사측의 태도가 무성의하다”며 노조가 강하게 반발, 첫 공정방송협의회 조차 열리지 못하는 불상사를 빚기도 했다.
게다가 KBS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이 방송위안으로 입법 예고되는 과정에서도 노조는 사측이 방송위의 방송법 개악 추진에 무방비로 방관하고 있다며 사측을 신랄하게 비난했고 6백38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폭을 기록한 지난해 예산안 결산과정에서도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등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이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한나라당 박세일, 전재희 의원 누드패러디 방송을 내보낸 이후 한나라당에서 항의 방문사태가 빚어졌을 때 정 사장이 즉각 사과와 함께 코너 폐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정치적 외압에 의한 굴복이었다며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돼 왔다.
정 사장의 최대 개혁정책 중 하나인 팀제 시행을 놓고도 노사갈등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KBS는 지난해 7월 처음 도입된 팀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팀제 보완작업에 나섰지만 노조에서 사측의 설문조사가 일방적인 유도성 질의에 가깝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치 못한 결과라며 노조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어서 팀제 보완을 둘러싼 노사 이견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곧 발행될 노보에는 팀제 시행에 따른 조합원들의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라디오제작본부장, 기술본부장, 경영본부장 등 6명의 본부장급 인사에 대한 조합원 신임평가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어서 불신임과 신임여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23일 불거진 사측 노무팀 직원의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내용 '불법녹취'사태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꼴이 됐다.
사측은 곧바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사공동진상규명위원회 조직, 전 경영진 30% 임금 삭감 등의 조기 진화책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정 사장 출근저지 투쟁’ 이란 강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태가 불거진 이후 KBS 기자회와 PD회, 아나운서회, 경영협회 등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화근이 돼 노조가 조합원 분열을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정 사장 퇴진’을 꺼내들었다는 내부 추측도 제기된 상태다.
현재 KBS는 내부게시판과 노조게시판을 통해 노조의 정 사장 퇴진권고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KBS의 한 구성원은 "사측이 ‘반 정연주’노조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설득논리를 개발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노조 또한 상황을 초강경으로 내몰아가는 것보다 명분을 찾는 선에서 좀더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