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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지 경영진, 책임있는 자세 가져야"

정회훈 일간스포츠 노조 사무국장  2005.03.23 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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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훈 사무국장  
 
  ▲ 정회훈 사무국장  
 
아직까지 아침 저녁으로 다소 쌀쌀하지만 오후에는 가벼운 외투마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게 본격적인 봄이 도래했나 보다.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 왔건만 언론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스포츠신문업계 종사자들의 가슴 속 체감온도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못지 않을 듯하다.



스포츠신문의 계절은 자연의 섭리와 맞물려 3월부터 시작된다. 대표적 프로 스포츠 야구 축구가 시즌에 들어가면서 편집국은 덩달아 가슴 설레고 바빠진다. 겨우내 진도가 더디던 취재수첩은 날개 돋친 듯 쉬이 넘어가고, 非시즌 동안 스포츠에 목말라 하던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줬다는 뿌듯함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1년 365일 바람 잘 날 없는 연예부 기자나 문화레저부, 기획부, 사진부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2005년 봄의 스포츠신문 편집국은 동면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다. 기사거리를 쫓는 기자들은 특종이란 단어보다 임금체불, 진정, 가계파산 등의 낱말에 더 익숙하다. A사의 경우 최근 4개월 동안 받은 임금이라곤 3백만원이 전부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B사는 상습적으로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 상태이며, 버틸 힘이 남아 있다고 평가되는 C, D사의 직원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스포츠신문 4사는 담합이라도 한 듯 급작스런 시장 악화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침체에다 무가지의 광고시장 잠식, 인터넷 신문의 값싼 콘텐츠 생산 등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있는 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영이란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것만이 아닌 회사의 앞날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행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포털로 대변되는 인터넷 신문은 누구의 작품이며, 무가지의 잠재성을 과소평가한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미래에 대한 나태하고 안이한 ‘윗분들’의 대처는 직원들의 희생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각 사는 지난해 임금반납 및 삭감으로 고통을 분담한 직원들에게 정리해고의 칼날까지 사정없이 들이댔다. 지난해 스포츠 4사에서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졸지에 직장을 잃어버린 직원의 수는 5백여 명에 달했다.



서슬 퍼랬던 군부독재시절 언론통폐합 이후 대규모 ‘홀로 코스트’도 모자라 2005년 들어서도 회사 부도를 운운하며 상습적인 임금체불, 정리해고로 직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고 있다. 희망을 상실해 스스로 떠나는 동료들의 등을 두드려주기 민망할 정도이다.



더욱 이해 안되는 것은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회사는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스포츠신문 4개사 지부는 ‘스포츠신문 생존투쟁본부’를 결성했다. 침체된 스포츠신문 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이며 그 첫번째 행동으로 무가지, 인터넷 신문에 대처하는 언노조 산하 전문 TF를 발족시켰다. 분명 회사가 해야 할 임에도 어떤 회사는 단체협약 위반을 들어 직원의 파견을 거부하고 있다. 함께 머리를 싸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다.



빼앗긴 들에 과연 봄은 오게 해줄 초인만을 넋 놓고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적어도 초인은 가장 기본적인 삶을 위해 발버둥치는 노조에 색안경을 끼고 외부환경 탓만 하는 회사에 힘을 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