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방송위 출범 5년, 현주소는?

'묵묵부답' 행정 처리 등 '권력' 성격 가득
방송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지적

차정인 기자  2005.03.22 09:09:04

기사프린트

지난 13일로 통합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가 출범한 지 5년이 됐다. 방송위는 출범 5주년 관련 행사를 ‘방송위원회 대상 시상식’ 등으로 대체하고 노성대 방송위원장의 기자 간담회를 통해 최근 현안과 향후 주요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했을 뿐이다.



방송위 내부적으로도 지난 5년에 대한 통철한 내부 분석 및 비판이 없었을 뿐더러 외부에서도 이렇다할 의견 개진이 없었다. 그러나 방송위의 존립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방송계 현장에서 바라보는 방송위는 ‘무소불위 권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다.



‘무소불위 권력’, - iTV 후속대책 미흡

방송위를 향해 ‘권력’ 기관이라 칭하는 이유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및 승인 등의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위는 거대 방송사들을 상대로 존립을 흔들어버릴 만한 힘을 과시했다. 특히 SBS에 대한 재허가 보류 결정 과정은 올 초 SBS 전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방송위의 iTV 재허가 추천 거부는 후속대책의 미비로 인해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방송위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iTV 관련 글로 도배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방송위가 iTV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 것은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도 이유가 되겠으나 ‘공익적 민영방송’의 염원과 ‘자본’은 공생하지 못했다. 최근 iTV 노조원 중심의 희망조합은 수많은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등의 지지를 얻으면서 새로운 경인지역 방송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인지역 방송과 관련한 결정권은 방송위에 있다. 현업 종사자와 시민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방송위가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는 이상 그 어느 것도 분명한 것이 없다.



지상파 DMB... 절차 놓고 ‘의혹’ 제기

방송위는 이달 말 지상파 DMB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지상파 DMB 사업은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시장 검증이 이루어진 적 없는 ‘세계 최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위험성도 있지만 새로운 방송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지상파 사업자군에 뛰어든 업체들도 그야말로 ‘올인’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송위가 이들 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보정을 요구하고 사실상 2주간의 시간을 연장하자 방송계는 ‘특정업체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예비방송사업자들은 “방송위가 제시한 배점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심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면 그만이지 왜 갑자기 보정을 요구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소문에 따르면 모 업체에 대한 배려라는 말이 있는 등 방송위의 조치에 반응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며 사업자 선정 과정의 전반은 결과 발표 이후 모두 공개할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다 보면 오히려 논란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기술인연합회 등 현업단체와의 갈등

16일 출범한 제3기 지역방송협의회는 17일자 특보를 통해 ‘위성DMB 재송신반대 총력투쟁 전환’을 선언했다. 지방협은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전체 방송계의 지형을 뿌리 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통신재벌의 무차별적인 자본공세에 의한 불공정 경쟁으로 야기될 방송시장의 교란과 지역방송의 붕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이 2005년 1월부터 발표한 방송과 관련한 성명과 논평 등을 살펴보면 대부분 방송위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언론노조는 △KBS 관련 방송법 개악 반대 △경인지역 방송 시급한 후속대책 요구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 공정한 심사위원 구성 △위성DMB 지상파 재전송 반대 △IPTV에 대한 방송 규정 요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문효선)도 방송위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 지상파 DMB 유료화에 대한 반대 입장 등을 개진해온 연합회는 최근 방송위의 ‘위성DMB 종합편성 PP 도입’과 관련해 “정보통신부 산하 방송위원회에 경고한다”는 성명을 내고 “외국자본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도입 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방송협회도 지난 9일 ‘제1차 방송현안 토론회’를 통해 ‘디지털시대 방송심의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성공회대 최영묵 교수는 “현행 방송심의제도는 위헌성, 중복규제, 과잉규제, 자의성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며 “현 제도의 부분개편이나 심의의 완전자유화, 심의 기능의 자율기구 이관 등을 통해 자율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IPTV, 소출력라디오 등 방송위 정통부간 해결 과제 산적

방송위가 현재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방송 현장에서 제기하는 불만의 요지는 ‘답답함’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IPTV를 놓고 방송위와 정통부가 마찰을 겪고 있다는 상황에서 방송위는 ‘IPTV는 방송’이라고 규정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방송위와 정통부의 이견 대립은 최근 소출력라디오에 대해서도 드러난다. 두 기관은 소출력라디오 사업에 대해 “실용화 시험국으로 먼저 허가한 뒤 지상파방송 사업자 허가 추진”을 합의했지만 절차와 해석을 놓고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는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것이 장단점이 있어 방송위는 늘 눈치보는 것 같고 순발력이나 추진력이 없이 보일 수 있지만 갈등이 미리 반영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그러나 지난 5년을 거쳐 커진 위상만큼의 권위와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방송위원 임기가 일괄적이어서 원활한 인수인계가 미흡하다는 점과 직원들의 신분이 별정직 공무원이라 통합 기구 설립 시 발생될 수 있는 이질화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