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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의 '離任 담론'

김신용 기자  2005.03.16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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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용 기자  
 
  ▲ 김신용 기자  
 
“지난달 청와대 홍보수석이 떠나며 ‘2만볼트 정도의 고압선을 걷는 느낌 이었다’고 표현했는데, 우리 기자들은 아마 더 했을 겁니다.”



다음 달에 출입처가 바뀌는 한 중앙지 기자가 지난 2년간 청와대출입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의 ‘청와대 출입 2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다. 건강은 곳곳에 이상이 있을 정도로 나빠지고, 주말도 거의 쉬지 못해 가족과 소원해진지 오래다. 청와대출입기자만이 할 수 있는 돈독한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지 못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정신을 가누기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황폐하고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와 궤를 같이하며 숨 가쁜 여정을 달려왔지만 남은 것이 없더라는 것.



사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 그 못지않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기자들은 “극도의 취재제한과 지나친 긴장관계는 인간적 관계조차 냉소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탄한지 오래다.



그만큼 참여정부와 언론간 긴장관계의 연속은 기자들을 ‘청와대출입기자가 아닌 춘추관 출입기자’로 전락시켰다. 과거정권에서 허용되던 청와대비서실동 취재가 봉쇄된 것이 대표적 원인이다. 물론 기자들은 때로는 기사로, 때로는 말로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문화가 발생했다. 떠나는 기자들의 환송연을 위해 일명 돈을 갹출하는 ‘모자 돌리기’ 풍속도가 생겨났다. 기자들은 이 돈으로 ‘석별의 정’을 나눈다. 또 뜻이 맞는 기자들끼리 돈을 모아 정·관계 인사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며 정보갈증을 푸는 ‘逆 접대문화’도 탄생했다.



물론 기자들은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보람도 있었다. 미증유의 큰 사건을 사관(史官)처럼 직접 취재, 보도했다는 자긍심만은 높았다.



떠나는 기자는 작은 바람을 이야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언론과의 건강한 협력관계’를 강조한 만큼 비서실동에 대한 취재제한의 빗장을 풀어달라고.



그의 말처럼 청와대도 이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 출입은 희망이었지만, 참여정부에서는 절망이 됐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이 ‘기자 탓, 언론 탓’하기 전에, 한 번쯤 떠나는 기자의 ‘애틋한 담론’을 뼈있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