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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보도 가치 인정받아야

한겨레 사회부 노말헥산 취재팀  2005.03.16 10: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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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제17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부문에‘타이 여성 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기사를 출품했다가 탈락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에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한겨레>는 지난 1월13일 ‘LCD 작업장 유해용제에 중독, 타이노동자 집단 앉은뱅이병’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 뒤에도 이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작업환경 측정 결과, 또 그 결과의 고의적 은폐, 회사 쪽의 노말헥산 유해성 인지 여부, 노동부 관리·감독의 허점 등에 대해 잇따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1월13일 <한겨레>의 1보가 나간 당일 노동부는 노말헥산 사용 사업장에 대해 특별점검 계획을 발표했고, 14일 대검 공안부는 유해물질 사용·제조업체들에 대해 일제 점검·단속에 나서도록 지시했습니다. 또 18일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번 사건을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건으로 규정하고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편 법무부는 산업재해를 입고 출국한 타이 여성 노동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들의 재입국과 특별체류를 허용하기로 했고, 이들 3명은 17일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 중에 있습니다. 한겨레가 이 사건을 보도한 뒤 10여개 중앙일간지만 해도 모두 60건 이상의 관련기사를 내보냈으며, 공중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서도 15차례 보도됐습니다.



17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에만 17개의 출품작들이 경쟁했고, <한겨레>의 출품작보다 더 훌륭한 기사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어 사실관계만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심사위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사퇴를 가져온 재외국민특례입학 등 2건의 기사에 대한 수상작 심사평에서 “교육부총리 적격성 시비에 대한 결정타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외국민특례입학 의혹을 지적하는 기사는 <한겨레> 역시 같은 날 1판 3면 머릿기사로 보도해 상당 부수를 가판 배포한 바 있고, 당일 오후 6시께 당사자가 사퇴하는 바람에, 급히 제목과 기사를 바꿔 사퇴 경위 중심으로 1.5판을 만들어 다시 배포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한겨레>에 그대로 남아있는 1판 기사는 그 제목과 기사 내용 면에서 수상작에 견줘 손색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는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회에 이런 점을 구두로 지적하며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먼저, 논란이 된 수상작은 출품된 여러 언론사의 기사들 가운데 해당 문제에 대해 가장 영향력이 컸던 보도라며,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겨레> 보도에 대한 재심은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사위는 아마도 1.5판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결과는 <한겨레>로서는 매우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1판 신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당사자가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으므로 수상작 보도가 사퇴에 결정타였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취재에 들어간 사실 자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반론이 있지만 <한겨레> 역시 비슷한 시기 취재를 진행했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재심까지 한 심사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면서도 이런 점들에 대해선 여전히 아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덧붙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주목을 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건강권 등에 대한 보도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영역이라고 하는 이주 노동자의 문제가 이번 이달의 기자상 선정 과정에서도 소외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