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대결’, ‘통합 대 개혁’의 구도로 진행된 한겨레신문 사장 선거는 결국 창간 멤버인 정태기 전 상무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비상경영위원회가 추진해 온 구조조정을 매듭짓고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을 바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바람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문시장 불황과 맞물려 ‘한겨레 개혁’이란 대명제에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험보다는 안정적 구도 속에서 내부 개혁이 진행되길 바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임 정 사장이 신세기통신 등에서 쌓아 온 전문 CEO로서의 경력도 한겨레 구성원들의 표심을 움직이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양상우 후보는 구조조정 과정 중에 불거진 내부불만과 40대 젊은 사장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동안 한겨레 사장은 내부 구성원들이 역임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런 경험은 이번 선거에 있어 반발심리로 이어져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신임 정태기호’ 출범과 함께 한겨레가 풀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정 사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내부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19, 20일 양일간 실시된 두 조합 총회를 통해 편집국장 선출방법을 직선제에서 임명동의제로 변경했다.
이는 사장에게 편집국장 임명권까지 부여하는 것으로써 막대한 권한부여를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얼마만큼 인사시스템을 불편부당하게 시행하느냐가 향후 한겨레 통합을 위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 사장은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일부 기자들에게 한겨레 ‘분파주의’를 조장한 인물로 비춰졌다. 이런 의혹은 사실여부를 떠나 정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왜냐하면 한겨레는 태생적으로 분파주의에 대한 의심을 대내외적으로 받아 왔을 뿐 아니라 한겨레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신임 정태기호’ 출범 이후 한겨레는 신문 정체성 확립 모색을 비롯해 지면개혁, 영업망 확대, 새로운 수익모델창출 등 대대적인 내부 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 사장은 후보 시절, 여러 기회를 통해 한겨레신문을 혁신하기 위한 ‘전(全)직원이 참여하는 대토론’개최를 제안해 왔다. 이런 의견을 수렴해 정 사장은 오는 5월 창간기념일을 기해 대대적인 혁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태기호’ 정식 출범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한달. 이 기간동안 정 사장이 내부통합과 경영합리화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3년의 임기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