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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공동체적 위기의식 가져야

언론사 탐방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창근 한국언론학회장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05.02.22 09: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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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근 한국언론학회장  
 
  ▲ 이창근 한국언론학회장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1, 2월 4일에 걸쳐 경향, 조선, 중앙, 한겨레 4개 신문사와 KBS, MBC, SBS, EBS를 방문하여 회사 현안을 청취하고 관심 사항에 대하여 질의할 기회를 가졌다.



언론학회가 새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학계와 현업간의 틈을 좁혀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언론학자들과 언론인들이 세미나에서 만나 토론할 기회가 많아졌는데 학자들이 현업 출신들로부터 종종 언론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호 이해 증진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신문은 위기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신문사가 실질적인 적자 상태였고, 판매율과 열독율의 감소로 임원들의 얼굴에서 위기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대로 나두면 신문은 모두 망하게 돼있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서 특정 신문사 ‘죽이기’ 캠페인을 할 필요가 없다는 한 신문사 사장의 자조 섞인 푸념은 엄살 같지만은 않았다.



이제 종이 신문만으로는 신문사 경영을 할 수 없다든지, 생존을 위하여 돈이 되면 모든 부대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신문사 사장들의 발언에서 신문 경영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신문의 위기는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었다. 즉, 경영의 위기는 일부가 아닌 모든 신문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며,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가 DMB 등 새로운 방송통신 사업에 진출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념적 대립이 전부로 보였던 이들 신문사에서 공통의 이해가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자 이념 갈등을 무력화시키는 미디어 변혁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장 질서를 향한 상호 접근의 가능성도 가능하다든 생각도 들었다.



이번 방문에서 얻은 결론의 하나는 신문의 위기는 이제 신문 단일 매체의 위기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매체의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과 신문의 쇠락이 한국 사회에 미칠 정치 사회적 파장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의 쇠퇴와 방송, 인터넷으로의 급격한 이동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언론의 구조 변동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에 대하여 범 국가 차원에서 논의할 시기가 되었다.



많은 난제를 안고 있기는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DMB 시장 진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지만 경영수지 악화, 디지털 전환, 구조조정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한마디로 새로운 방송통신 기술의 도입과 새로운 형태의 방송사들의 진출로



지상파 방송의 ‘안락한’독점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그러나 변화 요구에 대응하는 방식은 방송사마다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직이 방대하고 복잡 할수록 불리하며, 또한 방송사의 조직 문화 또한 대응하는 방식과 효율성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상파 독과점시대에 경영 개선과 프로그램의 질 향상에 게을리 해 온 거대 방송사들이 이제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을 끝내면서 언론계에 다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요즘 언론사들이 신규 사업 진출, 경영 수지 개선, 사장 선임 등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임직원들이나 노조는 그러한 결정이 소속 언론사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달라는 점이다. 잘못된 업종, 인물 선택이나 시장 진출에서 파생되는 피해는 소속 언론사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국익과 국민에게 미치는 손실도 크다는 공익적 사고를 해야한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모든 신문, 방송사 경영자와 종사자들에게 사고의 일대 전환과 철저한 변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소위 진보, 보수 언론 모두 예외가 아니다. 모두가 변해야 하며, 적어도 평소 사고와 행동의 반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나는 옳고 너는 잘못됐다는 사고에 매몰돼 있을 때 우리 언론은 엄습해오는 거대한 선진국 발 쓰나미에 의해 휩쓸려 갈지 모른다는 공동체적 위기 의식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그 파도에 휩쓸려 갈 대상 중에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에 얽매어 언론계에 조언하는 우리 언론학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