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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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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로 꾸려지는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언론이 도전해야 할 과제다”
조용상 사장의 주문이 편집국 차원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지난해 8월초 특별취재팀장을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6∼7개월간 대형 시리즈물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템 선정과 취재 방법 등 A부터 Z까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다른 언론사들이 어떻게 다뤘는지 추려봤다. 결론은 전인미답의 길. 4, 5회 이상 나간 시리즈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은 수풀을 헤치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현철, 정유진 기자와 함께 감사원 감사결과, 국회 예·결산검토 보고서, 예산정책처 분석 등 수천 쪽에 달하는 자료를 고시공부 하듯 파들어 갔다. 동시에 각 지역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제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전원 출근해 읽고, 토론하고, 취재하고, 쓰고, 지우고를 계속한 결과 30회 가량의 아이템이 짜여졌다.
본격 취재와 시리즈 게재에 앞서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우선 제보자는 물론 주민, 담당 공무원 등 최대한 많은 관련자들을 만나고 해명까지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 시리즈 목적이 예산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의 자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는 만큼 한건주의 보다는 총체적인 실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막상 취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십 년 묵은 관료들의 ‘내부 논리’와 싸우는 일이었다. 말도 안되는 변명도 있었지만, 그럴싸한 논리도 적지 않았다. 해당 공무원의 해명을 듣고 나면 전체 기사의 틀이 흔들리기도 했다. 다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내부 토론을 수없이 벌인 끝에 한발 두발 나아갔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예산 감시 운동에 불이 붙었다. 특히 수해 복구비가 엉뚱한 다리를 짓는데 쓰인 ‘속초 노리교’와 완공되자마자 무너져 내린 ‘태백 상장∼소도간 4차선도로’ 보도는 지역 시민단체들의 진상 규명 운동을 이끌어냈다. 국회 국정감사와 예결위 심의에서도 시리즈 보도들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던 건 한 대학의 재정학 교수가 “시리즈를 책으로 내면 교재로 쓰겠다”고 알려왔을 때였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용상 사장과 김지영 편집인, 이영만 편집국장, 서배원 경제부장 등 선후배 동료, 그리고 “이건 예산낭비 아닙니까”하며 제보전화를 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