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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만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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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등 3대 개혁에 주력하겠다”, “(친일청산법 개정 관련) 잡초 뽑는데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부친은 일제시대 교사로 재직하다 광복 이후에 국립경찰 1기로 경찰에 투신했다”, “무슨 근거로 일제시대 때 경찰 간부를 했다고 언론이 보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것 같다.”
2004년 상반기 신기남 당시 열린 우리당 의장이 했던 말들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부친의 친일 행위를 숨기면서 친일 청산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은 시간이 좀 들더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
“신 의장 부친 신상묵씨가 일본 경찰로 복무했다”고만 돼 있는 인터넷 글의 최초의 출처를 찾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90년대 말 한 지역신문에 실린 연재물에서 따온 내용임을 확인했다. 수소문을 해 작가를 찾았다. 그로부터 “신의장 부친 신상묵씨는 일본 경찰이 아닌, 일본군 헌병 오장이라는 증언을 들었으나 고인의 명예를 생각해 경찰로 썼다”는 증언을 들었다.
전국 각지에 생존해 있는 89∼91세의 신상묵씨의 대구사범 동기생 10여명을 찾아, 그들로부터 신상묵씨의 일본군 헌병 오장 경력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이어 신상묵씨가 ‘시게미쓰 구니오’로 창씨개명한 일제시대 자료, 일본군에 자원 입대했음을 증명하는 일본군지원병 합격자명단 등 관련자료를 입수했다. 이후 일제 말기 조선의 교사·군인 양성 제도 및 지원병·징병제도 등 당시 사회제도를 알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7년치 ‘매일신보’를 4일에 걸쳐 꼼꼼히 읽었다. 일본군 편제를 전공한 몇 안되는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도 받았다.
보도 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여주었으며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국가 지도자가 중대한 진실을 감춘 채 국정을 운영할 경우 응분의 책임을 지게된다는 경고였다.
취재가 끝나서는 “신 의장이 허심탄회하게 부친의 경력을 얘기한다면 특종을 포기하더라도 ‘신 의장의 솔직한 고백’ 쯤으로 기사 방향을 잡자”고 했다. 기사 마감 4일 전부터 당사자인 신기남 의장에게 핵심적 취재내용을 알려주면서 여러 차례 설명을 요청했으나 신 의장은 측근을 통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신동아 기사가 알려진지 2시간 뒤 신 의장이 부친의 일본군 복무 사실을 시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씁쓸했다. ‘잘 만들어진 잡지’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 함께 고생하는 동아일보 출판국, 신동아 식구들에게 영광스런 상을 받게 된 공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