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익명제로 사내 게시판을 운영해오던 신문사들이 속속 실명제로 전환하고 있으나 당초 취지와 달리 실명제가 경영진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명제로 게시판 운영 방침을 바꾼 서울신문의 경우 20일 오전 긴급 국실장회의에서 채수삼 사장과 관련된 의혹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두 간부에 대해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해임의 뜻을 밝혔다가 사내 반발이 일자 4일 뒤인 24일 취소하는 등 각 신문사마다 게시판 실명제에 따른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실명제로 사내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신문사는 경향 동아 서울 세계 중앙 등 5개사. 이 가운데 동아일보는 지식경영시스템과 관련해 실명제로 운영하고 있으나 나머지 대부분은 익명제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 △무차별한 인식공격 △내부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 때문에 익명제에서 실명제로 전환했다.
세계일보의 경우 지난해 11월 부서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사내 전자게시판을 개설했으나 익명게시판 운영에 따른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 10일 익명게시판을 폐쇄하고 실명게시판만 운영 중이다.
세계일보 이범석 홍보팀장은 “사안에 대한 본질보다는 글쓴이에 대한 인신비방이 주가 될 뿐만 아니라 말초적 성격의 댓글문화, 소모적인 논쟁, 무책임한 발언 등이 난무하게 돼 폐쇄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제로 사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는 국민 문화 한겨레 한국 등이 있다. 이들 언론사들은 익명제에 대한 여러 부작용을 인정하되, 실명제를 통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좀 더 무게를 둔 경우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들도 경영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사내 전자게시판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기자는 “회사가 비상상태로 운영되면서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졌다”며 “예전과 달리 이러한 글이 외부로 알려진 사례가 적발될 경우 징계까지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운영에 대한 시스템보다는 내부 구성원의 인식과 자정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겨레 최영선 경영기획실장은 “사내 게시판과 관련된 문제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이기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문제”라며 “무엇보다도 구성원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높여 부작용을 최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