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의 하사관 생활을 마치고 닥치는 대로 일을 벌였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 결국 전기요금도 제대로 못내는 처지가 됐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오히려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씨의 말을 듣는 기자를 위로했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박모씨 일가도 취재 당시 보름째 전기가 끊기고 물이 안나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증오나 비판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해운대에 사는 이인숙씨도 단지 자신들이 못나서 처지가 어렵게 됐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이 세 가구의 공통점은 어려우나 희망을 얘기했고, 신세 한탄은 하더라도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원망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들을 관리해야 할 정부나 사회보장기관들조차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나 각종 사회단체에서 이들을 돕는 것은 고사하고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 부산시로, 시에서 일선 구로 내려온 빈곤층 실태조사 지침들은 말 그대로 휴지조각일 뿐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니 당연히 단전단수로 고통 받는 이들이 보일리 없었다.
본사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단돈 몇 만원이 없어 `불 꺼지고 물 끊겨’ 고통 받는 이들은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경기불황으로 그 수는 상상도 못할 만큼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우리 사회 한 구석에 소외된 채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전단수 가정의 간절한 희망이 원망과 증오로 바뀌기 전에, 소중한 가정이 무너지기 전에 우리 모두가 조금씩만 관심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힘든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이일선씨, 이인숙씨, 박씨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수상의 영광을 어려운 우리 이웃 모두에게 돌리고 싶다. 그리고 이번 취재가 사랑의 불빛 찾아주기 운동 캠페인으로 이어져 미약하나마 언론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