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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체제 변화 가능성...사주 영향력 변수

사주구속 파장과 전망

김상철 기자  2001.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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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병관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조희준 국민일보 전 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그 향방과 여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기소 시점 등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과 함께 언론계에서는 세무조사에 이은 ‘사주 구속 정국’이 언론사 경영체제나 경영방식의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9년 홍회장 고발∼구속 한달

17일 구속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늦어도 이달 안으로 기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검찰이 보강조사를 진행한 뒤 20일간의 구속만기를 채우지 않고 구속자를 비롯한 전체 사법처리 대상자를 일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구속만기를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제까지 검찰이 보여왔던 신중한 행보에 비추어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조사에 품을 더 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출입기자는 “검찰이 외화유출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기소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추가 혐의 포착 여부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99년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의 전례를 살펴보면 고발에서 구속까지 걸린 기간은 한달 정도였다. 국세청은 보광그룹 세무조사 결과 홍석현 사주를 계열사 주식 위장매매 등의 혐의로 9월 17일 검찰에 고발했으며 30일 첫 소환이 이루어졌다. 검찰은 소환 다음날인 10월 1일 23억3000여만원의 세금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홍 사장은 2일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검찰이 홍 사장을 기소한 시점은 2주일여가 지난 10월 18일이었다.

재판은 11월 16일 시작해 다음해 5월 26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마무리됐다. 최종판결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30억원이었으며 홍 사장은 8월 15일 사면됐다.



경영체제에도 일부 변화일 듯

발행인이 구속된 언론사의 경우 일정 부분 경영체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안병훈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이사 부사장인 만큼 별다른 절차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방상훈 사장이 경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을 비롯한 경영 문제는 안 부사장과 방계성 전무 선에서 무리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방우영 회장의 영향력 확대 전망에 대해서는 “일선에서 떠난 지 10년이 넘은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김병관 전 명예회장은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 아니냐”는 관계자의 말처럼 이미 지난달 27일 임시이사회 이후 김학준 사장, 김재호 전무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동아일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명예회장의 추징금과 관련 주식대납이 불가피할 경우 이에 따른 소유구조 변화가 변수로 남아 있다.

국민일보의 경우 조 전 회장의 구속에 대해 대체로 담담하다는 분위기이지만 쇄신론 차원에서 인사나 조직 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기자는 “현 노승숙 사장은 조 전 회장이 재직할 당시에 부사장으로 있었다”며 “순복음교회 재단에서 경영상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조용기 목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회사의 한 간부는 “회사 입장은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해 국민일보가 자립경영체제를 구축하도록 노력하자는 게 전부”라며 쇄신론을 일축했다.

조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넥스트미디어홀딩스측의 경영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초 지주회사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를 비롯한 전 계열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은 넥스트미디어홀딩스 회장, 파이낸셜뉴스 회장 겸 발행인, 스포츠투데이 발행인 겸 인쇄인을 맡고 있다.



경영체질·제도 개선 시급

사주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세무조사는 기존의 언론사 경영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앞으로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가 정례화하리라는 전망도 개선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회사도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관리분야는 기업마인드를 갖고 룰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횡령 등의 사유가 추가된 구속 사유를 보더라도 보다 투명한 경영과 내부 감시체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신문사 경영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체제 확립을 통한 소유주의 전횡 방지, 판매 등 시장질서의 재확립”이라고 요약했다. “명실상부한 언론의 독립을 위해서는 경영자립만이 아닌 경영 투명성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체 감시 시스템을 담보한 투명한 경영체제마련과 함께 무가지 부분에서 드러나듯 기존의 물량경쟁, 거기에 맞서기 위한 제살깎기식 경쟁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의 자율적인 경영방식 개선 노력과 함께 경영 투명성 제고, 시장 정상화와 관련한 법 제도적 방안의 논의 필요성도 공론화할 전망이다.



“타사 보도 의식 안한다”

구속 이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사의 행보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들 3사는 세무조사 초기나 공정위 조사, 신문고시 등을 둘러싸고 대동소이한 보도태도를 보였던 데 비하면 적잖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3사의 표면적인 분위기는 ‘제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불구속수사를 주문한 16일자 사설을 예로 들며 “경쟁관계 속에서 이번 검찰수사를 호기로 봤다면 구속을 더 강력히 주문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세무조사인 만큼 감정에 편승하지 않고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앞으로도 경쟁 관계를 의식해 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도, 그렇다고 공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일보의 경우 대정부관계나, 지면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기자는 “언론을 탄압하려는 기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이는 타사 보도를 의식하는 일 역시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지난 8일 김용정 편집국장이 부서별 대표자들과 가진 간담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높다. 한 기자는 “국장이 자사에 유리한 입장만을 전달하는 보도태도를 경계하고 독자 중심의 지면 제작을 강조한 것이 기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사설을 통해 나타나는 공식 입장과 별개로 이같은 방침이 어떻게 지면에 구체화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변수 핵심에 사주 자리잡아

사주 구속이 언론과 정부관계의 변화를 불러올 지 여부를 놓고 언론계는 ‘대선 정국’을 주요변수로 꼽는 분위기다.

한 정치부 기자는 “구속까지 간 마당에 이미 타협 여지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며 “일부 신문과의 대립구도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타협을 위한 접점이 생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기자는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 ‘차기 구도’ 하에서 국면전환용으로 뭔가가 진행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말했다. 현 정부의 ‘통제력’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같은 경우에도 변수의 핵심에 사주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기자는 “지면 변화 등을 통한 타협을 모색하느냐는 결국 사주 행보에 달려 있다”면서 “정치권 움직임에 앞서 일차적인 열쇠는 사주가 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점은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 정부로서는 기본적인 행정조치를 다 취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언론사측의 타협 움직임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로선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