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마다 라디오방송사간에는 ‘게스트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뉴스메이커들을 직접 전화로 연결, 앵커와 대담을 하는 방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포맷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라디오 대담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섭외할 때 라디오 매체라고 하면 게스트들은 처음에는 실망감을 나타낸다. TV 매체를 갖지 못했던 CBS는 게스트를 출연시키기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대 손님들이 라디오 출연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지어 특정 라디오프로그램을 찍어 ‘대담 한번 할 수 없느냐’고 먼저 물어오기도 한다.
갑자기 왜 이렇게 변했을까? 내 생각에는 게스트들이 라디오의 매력을 이제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싶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매체의 영향력이 TV 보다 덜할지는 모르지만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라디오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하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는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퍼스널 매체로서 TV보다 청취자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어 일찍부터 라디오 매체를 더 활용한 것과 비교해보면 때늦은 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때마침 미국처럼 라디오 정례 브리핑을 부활하기로 한 것도 라디오의 영향력을 재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섭외가 확정된 후다. 그 다음부터 진행자와 게스트간에는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된다. 방송사측에서 처음부터 골치 아픈 문제를 질문지에 적시해 보내면 대번에 출연진으로부터 반박이 온다. “왜 그런 민감한 질문을 넣느냐”는 애원형부터 “사전 질문대로 물어보지 않으면 출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형(?)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반응들이 온다. 이 때 머리를 쓰는 것이 질문지는 아주 편안한 것으로 보내고 정작 생방송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앵커가 당초 숨겨뒀던 질문을 기습적으로 던진다. 정치인들은 그같은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 질문지 외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청산유수처럼 답변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부관계자 특히 장·차관들은 이 경우 매우 당황해한다. 장관 출연 섭외를 담당했던 애꿎은 공보관들만 방송 후에 질책을 듣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토론프로그램 진행자인 CNN의 래리 킹은 ‘대화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최고의 게스트와 최악의 게스트를 고르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자신의일에 대한 열정, 자신의 일을 시청자에게 분명하고도 흥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무언가에 약간 화가 나있는 듯한 사람, 자신에 관한 농담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 등이다. 청취자들도 이제는 귀가 고급스러워져 의례적인 질문과 답변은 금방 식상해 한다.
나는 라디오뉴스 진행자로서 대한민국 ‘게스트’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이젠 짜여진 큐시트에 의존해서 하는 방식은 피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매일 아침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