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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성춘 기협고문  2003.06.25 14: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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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잉크’ 작은 부분 의미있는 지적 ‘호평’

취재보도부문 후보작 14편 막판까지 경합 치열





20세기 기간중 외교적인 대사건 중 하나는 불구대천의 원수사이였던 미국과 중공(당시)의 화해를 꼽을 수 있다.

1970년 가을 헨리키신저 국무장관은 파키스탄 방문 도중 식중독으로 휴양지에서 며칠 요양하겠다고 밝힌 뒤 비밀리에 중공으로 들어가 주은래 총리와 회담으로 화해의 물꼬를 틀었고 이듬해 1월에는 닉슨 대통령이 북경을 방문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키신저가 중공에 잠행하고 있는 동안 우연히도 중공 당국의 초청으로 북경을 방문중 맹장수술로 치료 중이던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레스턴은 나중 키신저가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세기적인 특종을 놓쳤다”고 두고두고 가슴을 쳤다.

19세기말 이래 1970년대 중반까지는 키신저의 중공 잠행 같은 놀랄만한 엄청난 뉴스를 가장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 특종이자 언론상의 단골메뉴가 돼왔던 것이 세계적인 언론계의 분위기였다. 이런 것이 1990년대 중반부터는 특종을 보는 개념이 점차 달라져 놀랄만한 뉴스보도와 함께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공익·인권 추구와 관련,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심층보도가 높이 평가돼 오고 있다.

올해 들어 기자협회가 관장하는 ‘이달의 기자상’의 선정작품 수가 적어 인색한 것 아닌가 하는 평판을 여러 회원사와 회원들로부터 들어오고 있다. 이같은 ‘인색한 현상’은 각 분야를 망라한 22명의 심사위원들이 수십 건이 접수돼도 그야말로 단 한 건의 제대로 된 작품을 고른다는 원칙 아래 엄정 심사, 정밀 심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곧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와 무게를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달의 신청작은 모두 42건으로 각 부문별로 비교적 내실 있고 짜임새 있는 수작들이 여러 건 눈에 띄었다. 먼저 14건이 들어온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미 망명설 길재경 3년전에 숨졌다’(중앙) ‘노건평씨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대통령 주변 문제’(동아) ‘경찰 법조비리의 의혹수사 파문’(중앙) ‘검사가 돈주고 소송취하 종용’(YTN) ‘12살 소녀 성폭행 늑장수사 엄마가 범인 잡았다’(문화) ‘전두환씨 일가 재산 최소 200억원’(일요신문) ‘나라종금 검찰의 축소 은폐수사’(중앙)등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연합뉴스가 야심작으로 특보하고 모든 언론이 전재 보도한김정일의 비밀자금책인 길재경의 미 망명설 보도에 대해 중앙일보가 평양의 애국열사 능에 있는 묘비사진과 3년 전에 죽었다고 제목을 붙인 보도는 클린 힛트 감이었다. 노건평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토막보도를 한데 비해 신동아부팀은 현장취재로 종합 보도한 것이 평가됐다. 또 뉴스위크 팀은 나라종금의 사건기록을 독점 입수함으로써 나라종금보도에 관한 한 다른 언론을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기획보도-신문통신부문에서는 3건중 ‘구멍난 코리아기획보도’(한국경제)와 ‘지금은 노조시대 시리즈’(중앙)가 선정됐다. 노조시대 시리즈의 경우 일부 심사의원들로부터 노조에 비판적인 편향성의 인상을 주고 익명보도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노동단체들의 비판론 등이 제기됐으나 전체적으로 심층 분석한 노력 등을 감안해 다수의견으로 채택됐다.

기획보도-방송부문은 접수된 2건 중 비록 조그만 부분이지만 모든 PC 사용자들의 손실을 의미있게 지적한 ‘엡손사와 버려지는 잉크’(SBS)가 호평을 받았다.

11건이 응모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지하철 2호선 개통 8개월만에 물줄줄’(KBS부산) ‘용담댐 물이 센다’(대전방송) ‘경기도 교육청 교장 승진 등 인사비리’(경인일보) ‘나쁜 경찰-악질 파파라치’(경남신문) ‘북 금강산댐 실체확인 최초 보도 등’(강원일보) ‘대구지하철 불량 내장재 납품비리 최초보도 외’(대구MBC)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결국 뇌물받은 고속도로 순찰대원에 대해 등을 치는 악질 파파라치의 실태를 추적한 ‘…악질 파파라치’와 경기도 교육청의 교장 인사비리를 파헤쳐 크게 파문을 일으킨 ‘교육청 인사비리’등 2건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다음 지역기획보도부문은 이번 달에도 의욕적인 작품들이 출품됐다. 6건 중 ‘제3지대 이주민촌-버려진 정책 이주촌’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