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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언론, 참 기자정신' 모두가 하나

기협 임원단 한라산서 통일기원제

양김진웅 기자  2003.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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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진웅 제주일보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 통일이여 오라.”

민족의 영산 한라산 자락에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기자들의 합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자협회가 지난 13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연 ‘남북평화통일 기원제’는 이 땅의 기자들이 참 기자정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짐하고 고백하는 자리였다.

이날 전국 신문·방송·통신사 기자와 원로 언론인 등 100여명은 4·3항쟁의 의로운 땅 제주에서 겨레의 진정한 통일을 기원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껏 불렀다.

이날 이상기 회장은 “반세기 넘게 나눠진 겨레로 살아가는 시대의 절망을 넘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그 날을 기원합니다… 남북기자교류 사업이 분단의 시대를 접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는 내용의 제문을 낭독했다.

기자들은 순국 선열과 순직 기자에 대한 묵념에 이어 4·3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한라산 꼭대기에서 영령들의 원혼을 달랬다.

특히 6·15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는 오랜 분단의 역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들이 ‘참 언론, 참 기자정신’으로 거듭 나길 간절히 소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 모두 지역을 넘고, 시대를 뛰어넘는 사회통합과 세계 인류 평화를 선도하는 언론환경을 조성해 나가자”며 “통일기원제가 서로의 갈등과 반목을 넘어 기자사회의 대 통합을 이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처음 발의하고 준비한 김건일 제주도기자협회장은 “전국 각지의 기자들이 한라산 정상에 모여 한 마음으로 통일을 이야기한 것은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떠나, 대한민국 기자로서 모두 하나가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날 한라산에 처음 오른 중앙일보 이승녕 지회장은 “남단의 영산에서 통일기원제가 열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한라의 기운이 백두산 정상에 이어져, 그곳에서도 이 같은 행사가 열리길 진정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왼쪽 무릎 통증을 무릅쓰고 정상까지 완주한 조선일보 박준동 지회장도 “대학시절 통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며 “오늘을 계기로 기자사회의 통합과평화통일의 날이 앞당겨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새벽 6시를 조금 지나 서귀포 KAL호텔 숙소에서 출발, 7시쯤 한라산 성판악 코스에 시작됐다. 이 코스는 한라산 5개의 등반로 중 가장 긴 9.6㎞ 거리.

완만한 길이었지만 그 만큼 힘들고 고달픈 산행이었다. 기운찬 기자들은 3시간 반, 몸 관리를 게을리 한 기자들은 4시간 반∼5시간에 이른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서야 정상에 다다랐다.

몇몇 기자는 오르내리는 산행 속에 다리와 무릎을 다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기호일보(인천)의 김영주 지회장은 “처음에는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끝까지 참고 올라온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민족의 영산에서 전국 기자들이 통일을 함께 기원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긴장과 열정은 닮은꼴이라고 했던가.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 없이 긴장의 연속인 기자들은 이날도 모종의 긴장 속에 ‘통일’에 대한 열망과 열정을 가슴에 품으며 하산 길을 재촉했다.

분단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통일을 이루는 일은 바로 우리 기자들의 몫이라는 어느 동료의 속삭임이 함성되어 한라산을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