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흔히 듣는 말이다. 청와대가 공개 브리핑 제도 도입과 함께 비서동 출입을 금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새 정부는 대언론 관계의 첫 수를 공개브리핑제도 신설에 두었다. 언론과 권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기자들의 생활과 취재 패턴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오전과 오후 비서동 출입을 통해 관심사안을 취재했다. 하지만 이젠 그 욕구를 오전, 오후 브리핑에서 해소하고 있다. 두 취재방식은 외견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전자는 취재내용을 기자가 선택하는 반면, 후자는 청와대가 제공한다.
취재제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전자는 통상 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기자가 대신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수요자 중심의 취재방식이다. 후자는 정보를 취급하는 공급자 중심의 취재방식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의 소유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전자의 취재가 바람직한 형태다.
물론 공급자가 제공하는 정보 이외의 취재는 청와대 주장대로 인터뷰와 전화취재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하게 뜯어보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인터뷰는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는 매일 매일의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 입장에서 주된 취재방식이 될 수 없다.
특히 취재원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화취재는 석간기자들에게 주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부서마다 다르긴 하지만 취재 대상이 되는 비서관급 이상은 7시를 전후에 출근한다. 8시 수석이 주재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8시 회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9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는 길면 10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회의와 회의 시간 사이에 `절묘하게’ 전화연결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취재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더욱 취재해야 하는 현안과 관련된 인사와의 통화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은 현안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보니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고 휴대폰을 꺼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취재환경으로 기자사회의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큰 변화중의 하나는 기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이다. ‘청와대발’ 언론관련 발언을 보면 기자들은 마치 `취재원들을 만나 술이나 얻어먹는 존재’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청와대내대언론관련 관계자들의 개혁소신을 들을 때는 `정말 언론개혁을 위해 그 동안 얼마나 실천적으로 살았나’라는 질문이 새삼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자괴감은 기자들 사이에서 희화화된 말로 회자되고 있다. 기자들은 스스로를 `춘추관(기자실이 있는 건물) 출입기자’라며 자기비하의 농담을 건네는 일이 흔하다. 심지어 춘추관 이외의 취재가 제한되면서 “다리를 못쓰게 될까봐 걱정”이라는 농담도 하고 있다. 정말 농담이다. 하지만 농담만으로 넘기기엔 뭔가 목에 걸리는 것이 있다.
물론 인정할 점은 있다. 청와대가 강조하는 권력과 언론관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재조정의 방식이다. 내 방식으로의 조정이 아닌, 나와 상대방의 방식이 정반합으로 발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거대담론이 옳다고 구체적인 현실의 정당성까지 모두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나름대로 언론현장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도덕적 우월성은 청와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