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2.12.16 10:00:50
지난 8월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2030세대 420명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를 벌였는데,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 78.8%가 중국에 비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국에 대한 평균 호감도는 2.73점(10점 만점)에 그쳤다. 미국(6.76점)과 일본(3.98점)은 물론이고, 북한(2.89점)보다 낮은 점수였다. 우리 국민, 특히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는 결과였다.
지난 30년,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해온 한중관계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북핵 문제와 한중간 안보 딜레마, 경제적 윈-윈 구조의 근본적 변화 등을 겪으며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무엇보다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향후 한중관계에 있어 위협적이기까지 한 상황이다.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그래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한 중국대사관과 공동으로 지난 14일 개최한 ‘KPF 특별 언론 포럼: 한중수교 30주년, 성과와 전망’ 세미나에서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는 “언론은 한중관계 악화 예방에 정말 중요한 최후의 보루이자, 관계 증진을 위한 최전방 역할을 한다”며 언론이 한 축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대사 한국말 축사로 “언론의 객관적·이성적 보도” 주문
이날 세미나는 황재호 교수가 ‘한중 양국 언론의 인식과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고, 한국과 중국의 언론인 8명이 △한중 외교관계 △양국 국민감정 개선과 공감대 형성 방안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 △문화교류 등 소주제로 나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선 베이징 특파원 등을 지내고 ‘중국통’으로 불리는 기자와 PD가, 중국에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사의 현직 서울 특파원이 각각 4명씩 참석했다.
황 교수는 발제에서 “양국 관계의 협력동반자관계로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한중관계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있어 언론의 중요성이 정말 커지고 있다”며 “한중 국민 모두 언론을 통해 국제 정세를 보고 듣고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한중관계의 불안정성은 정부보다 민간 대 민간의 감정 악화에서 비롯되는 만큼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면서 “양국 관계가 더 복합화되고 있어 언론도 융·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도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어로 축사를 한 싱 대사는 “최근 몇 년간 양국 국민의 상호 호감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걱정되고 가슴 아프다”면서 “역사와 문화, 현실적인 이익 등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솔직히 양국 간의 여론 환경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이런 부정적인 정보에 초점을 맞추거나 과장하는 경향이 종종 있다. 이는 여론과 민심을 더욱 부정적으로 유도한다”며 “언론인 여러분께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보도를 해주고 그런 분위기가 적절히 누그러질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기자들, ‘한국 언론이 상업적 이유로 부정적 인식 선동’ 지적
중국 기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중국 기자들은 한중관계와 인식이 악화한 것은 미국 등 외부 요인에 더해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 같은 오해에서 많은 부분 기인했다며,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보도, 대면 교류 활성화 등이 인식 개선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루이 신화통신사 서울 특파원은 “젊고 예민한 수용력을 가진 청년들이 SNS 등 미디어 사용의 주체가 되고, SNS는 빠른 확장세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가짜 지식의 전파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는 한중 양국 국민 특히 MZ세대 사이의 상호 인식차를 더 크게 벌이고 있으며 이들의 심층 교류와 이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부 언론이 영리적 이유로 주관적인 경향의 보도를 하면서 대중을 선동하고, 양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하고 있다”며 “한중 미디어는 그 규모나 정통성을 막론하고 큰 틀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쉬 중국신문사 서울지국장도 “언론은 사실에 기초해 서술해야 하며 균형된 시각으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종합, 객관적으로 상대국의 상황을 소개해야 한다”며 언론이 “한중교류에 우호적인 여론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서울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서울의 한 빌라 반지하에 갇혀 있던 노인을 같은 빌라에 거주하던 중국인이 구출한 소식이 한국은 물론 중국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전하며 “이러한 뉴스를 더 많이 발굴하고 보도해 언론의 시각에서 우호적인 양국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 “과도한 언론 탓 도움 안돼…중국 정부 고민 필요”
그러나 한국 언론인들은 언론 책임론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경향신문 기자는 “언론의 책임도 있겠지만, 언론 탓으로 과도하게 미루는 것도 양국 관계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가짜뉴스 상황에서도 전통적 매체나 공식 매체와 블로거, 유튜브 방송 등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동아일보 국제부장은 “한국과 중국의 ‘선전’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긍정적인 면을 잘 선전해서 홍보하는 게 중국에선 중요하지만, 한국 언론은 무엇이 중요하고 뉴스 가치가 있나 하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며 “한국 언론이 더 좋은 보도를 하고 중국의 발전상도 많이 보도하길 바란다면 ‘이렇게 보도해라’ 할 게 아니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중관계가 나쁜 원인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도 ‘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60.2%, 복수응답)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윤완준 부장은 “과연 중국이 한국 등 외국 언론에 매력적인 국가로 비치고 있는지 중국 정부가 많은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단절된 교류 복구 필요성…“직접 만나면 다르다”
대면 교류 활성화에 대해선 한중 언론인 간 크게 이견이 없었다. 류쉬 지국장은 “한중 양국의 대면 인문교류를 조속히 복구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서술보다는 더 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루루이 특파원도 “오피셜한(공식) 교류가 아니라도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특히 청년 세대의 비호감도가 높은 만큼 MZ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진범 KBS PD 또한 “팬데믹으로 (양국의) 문이 닫힌 원인이 크다”며 “대면 교류를 확실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풀고 입국 격리도 점차 완화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턴 대폭 개선한다고 하는데, 양국 교류 활성화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언론인들, 양 국민 사이 상호 대면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