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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처음처럼

기자칼럼  2003.01.22 13: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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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국민일보 사회부 기자



마포경찰서를 비롯한 각 경찰서 형사계에는 요즘 이제 막 기자생활을 시작한 수습기자들로 정신이 없다. 변사자의 신원이 무엇이고 특별한 사연은 없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로 밤새 당직을 선 당직반 형사들의 푸념이 들리기도 한다. 기자도 얼마 전 우리회사에 들어온 수습기자들과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저마다 기자가 된 이유를 선배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4년 전 바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밝힌 후배,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다고 한 후배. 모두들 커다란 꿈을 갖고 기자생활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그런 후배들에게 나는 매몰차게 너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빨리 그만두라는 소리를 해댔다. 실제로 모 사의 수습기자는 겨우 경찰서 마와리를 돈지 반나절도 안돼 그만두겠다고 밝히고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하면 그동안 편안했던 생활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새벽 2시나 되야 눈을 붙일 수 있고 새벽 4시쯤이면 일어나 도는 경찰서 마와리. 그야말로 인간한계에 도전한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선배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날아오는 호된 질책은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고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기자 1명이 탄생하게 된다. 본 기자 역시 이런 과정을 어렵사리 통과했다.

그런 힘든 기자생활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서’라고 대답할 것이고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해마다 들어오는 후배기자들을 보면서 본 기자가 고참선배기자로부터 교육받았던 한가지 교훈을 떠올리곤 한다. 초년병 시절 무척이나 고참이었던 그 선배는 기자의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것만이 기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본 기자가 새롭게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배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록 몸이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결코 잊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겉멋만 들어서 진정한 기자가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선배들도 후배의 초심을 보면서언제나 배운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