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2.09.14 15:45:58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가 14일 개막, 보름간의 일정에 돌입하면서 TBS의 운명을 가를 ‘TBS 폐지’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0일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상정하고 26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BS 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지역 공영방송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논의를 먼저 하자고 요구해왔으나, 수적 우위를 앞세운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의사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임시회 개원을 앞둔 이 날 오후 1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방송 역사에서 최초로 공영방송이 지방의회의 결정으로 사라질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 서울시의회가 해야 할 일은 TBS 조례 폐지안의 상정이 아니라 특위 설치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공론장에 나서는 일”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TBS라는 공적 자산이 한 장의 조례안으로 폐기될 수 있는가”라며 “민법부터 지자체 운영기관법까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해산 사유를 선언하고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재정 지원 중단 꼼수를 쓰는 것이 과연 입법부인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면 TBS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지 3년 만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 상업광고 금지 등의 제약으로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왔던 만큼 서울시가 TBS 재단을 ‘정리’하고 예산 지원을 끊으면 지금과 같은 방송 사업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올해 TBS 예산 55억원을 삭감했고,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2023년)도 예산안에서 다시 88억원을 줄였다.
또한,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기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 5일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7일에도 TBS가 집중호우 당시 출근시간대에 재난특집방송을 편성하지 않고 ‘뉴스공장’을 내보내 서울시 방송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 KBS가 수십 년 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아왔지만, 단 한 번도 방송 내용에 대한 감사는 없었다”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기본으로 하는 방송법의 정신이 살아 있고 방송법 4조가 엄연히 살아 있다.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 일파가 TBS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TBS 폐지 조례안을 “김어준의 뉴스공장 때려잡겠다고 400명의 밥줄을 끊어 놓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으며 “이 치졸한 정치 협박극, 정치 인질극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폐지 조례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방적”이란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지부장은 “시민들이 선택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공식적인 의견도 없고 TBS를 위한다고 하면서 TBS 구성원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도 않다”며 “시와 시의회, 언론 방송 전문가, TBS 구성원이 함께 모여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점검하고 발전하자는 언론노조의 주장이 그렇게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가”라고 물었다.
이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서 “언론노조 TBS지부는 언론탄압과 저항의 이분법적 구도의 대결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논의와 소통으로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하루빨리 함께 하는 공론장을 만들기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