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22.09.02 16:01:10
부산일보 전‧현직 직원 28명이 최근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2016년 부산일보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로 인해 그동안 임금 및 퇴직금 등에 있어 이중, 삼중의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며, 회사가 삭감 당한 임금의 상당액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지난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신문사 중에선 첫 대규모 소송이 제기된 것인데, 이를 계기로 언론계 전반에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일보 직원 18명과 퇴직자 10명은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지난달 26일 부산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은 현직자와 퇴직자로 이원화해 두 건으로 제기됐고, 1명당 청구금액은 평균 6596만원으로 총 18억4688만원이었다. 현직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소송에 참여했고, 이 중 9명이 기자였다.
직원들은 부산일보의 임금 삭감 기간이 길고 삭감 비율이 높아 다른 언론사에 비춰 봐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손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앞서 부산일보 노사는 지난 2016년, 정년을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5세에 도달하는 때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만 55~56세는 직전 연도 소득 총액의 25%, 만 57세는 65%, 만 58세는 75%, 만 59세는 80%를 감액하는 내용이었다. 정부 지원금을 고려하더라도 최대 60%의 감액률이었다. 이후 부산일보는 2018년 임금 지급률을 만 57세의 경우 5%, 만 58~59세의 경우 10%씩 올렸고, 정부 지원금이 사라진 2019년부터는 임금피크제 시행 시기를 만 57세로 늦추고 3년간 수령 비율을 60%, 55%, 50%로 정했다.
직원들은 소장에서 “임금 삭감이 기존 정년에 도달하기 이전부터 이뤄지고,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임금 삭감률은 연차별로 40%부터 50%에 이르므로 종래와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임금 삭감률은 감급의 제재를 받거나 대리발령 등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삭감되는 임금의 비율보다 훨씬 높거나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또 “2019년 임금피크제가 개정되며 57세 미만 근로자들은 일시적으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는데, 57세에 도달해 새로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때 회사가 직전 연도의 임금이 아니라 55세에 도달하기 직전 연도의 임금을 기준임금으로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이 외에도 임금피크제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기승급 정지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부산일보는 지난 2007년경 단체협약을 통해 ‘52세에 도달하는 때부터 정기승급을 정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시행했는데, 2019년 승급 정지 연령을 54세로 늦추고 2020년부터는 이 제도를 폐지했다. 다만 이미 승급이 정지된 근로자들에 대한 소급적용은 없었다. 직원들은 “2019년 내지 2020년 이전 54세에 도달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은 52세에 도달하는 때부터 정기승급이 정지됨에 따라 이미 임금 차별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로 이중의 임금 차별을 당하게 됐다”며 “나아가 승급이 정지된 부당한 임금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은 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노사 임금협상에 따른 임금인상 적용에서도 제외된다는 점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 △그 외 성과급과 일부 상여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편으론 임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근로의 질과 양도 이전과 동일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일보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57세를 경과한 근로자에게 주 35시간 미만으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했지만 실제 근무시간을 조정한 사례는 없고,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위해선 이중, 삼중의 결재절차와 회사의 승인을 거쳐야 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부산일보는 이에 대해 “현재 대부분의 직원들이 근무 시간 조정 신청을 하고 있고, 적용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직원들은 또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20대 내지 40대 직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와 신규 채용 등을 고려하겠다고 했으나 제도 도입 이후 이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도, 신규 채용률이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부산일보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3명을 새로이 채용한 데 반해 같은 기간 48명이 퇴사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언론사에도 임금피크제 소송 잇따를까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이 계기가 돼 진행됐다. 소송 참여자 중 한 직원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이전부터 임금피크제 삭감률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며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니 그 전에 여러 차례 회사에 제안을 했다. 부산일보가 지난 6월경 노조 쪽에 만 58세 30%, 만 59세 50%로 삭감률을 완화하는 임금피크제 개선안을 제안했는데, 그에 준해서 그동안 우리가 못 받은 임금의 80% 선에서 합의를 보자라는 얘기였고 다만 회사가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아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일보 건은 아마 대법원까지 가서 어떤 판례가 돼야 할 것”이라며 장기전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반면 부산일보 사측은 직원들에게 합의금을 줄 만한 명확한 내부 규정이 없어 제안에 응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소송 전에 합의를 하려면 합의금을 줘야 하는데, 현재 제도상으론 저희가 그분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어떤 규정이나 근거가 없다”며 “서로 소송까지 안 가게끔 명쾌하게 협의하고 정리를 하면 좋은데, 전체적인 걸 고려하다 보니 이분들 주장만 듣고 선뜻 합의하는 것이 여러 형평성 면에서 불가능했다. 최근에야 소장이 날아와 좀 더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재판부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소송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여러 언론사들에서 비슷한 송사가 잇따를 것이라 보고 있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지난 5월 대법원 판례와 무관하다는 게 일반적 믿음이지만, 당시 대법원에선 적법성을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과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의 정도, 이들에 대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일보 직원들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해의 이미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나 기타 판례의 내용들을 봤을 때 정년이 보장됐거나 연장됐기 때문에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거나 적법하다는 판단은 아니었다”며 “정년이 보장되느냐 연장되느냐는 하나의 판단 요소에 불과하고, 여러 근로 조건이나 임금 삭감 폭을 다 고려해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가 중요하다. 부산일보 같은 사례는 다른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비추어 봐도 여러 가지 요소에서 불이익의 정도가 심하다고 저희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