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삭제’ 사건으로 논란과 갈등을 빚었던 YTN과 YTN 시청자위원회가 회의록 공개 등 시청자위 운영과 관련한 규정을 재정비했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YTN 시청자위원 대표가 방송법에 근거,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는 ‘최초’의 일도 있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 그동안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운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시청자위원회의 활동과 권한을 더 명확히 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YTN 시청자위원회는 8월30일 정기회의를 열고 시청자위원회 운영규정에 필요한 운영세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올 초 YTN 사측의 시청자위 회의록 미게시 및 일부 발언 삭제로 논란을 빚은 후 시청자위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시청자위가 초안을 만들고 이에 대해 YTN측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안이 완성됐다.
운영세칙은 시청자위 회의 공개 원칙과 함께 비공개 예외 규정을 뒀고, 회의록 정정 및 수정 기준도 명시했다. 또한, YTN이 방통위에 보고하는 시청자위 월간 운영실적 내용도 시청자위와 공유하기로 했다. YTN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운영세칙 제정을 계기로 시청자위원회 운영의 투명성과 자율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시청자위원회와 함께 YTN 보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87조에 따라 모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홈쇼핑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위원회를 두고 있고 관련 운영규정도 갖고 있지만, 이를 위해 운영세칙을 둔 사례는 거의 없다. 비록 회의록 삭제·누락으로 시작해 일부 위원들의 사퇴까지 이어지는 등 일부 파열음은 있었지만, “시청자위원회의 역할과 활동, 권한의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성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YTN을 넘어서서 시청자위원회 정책 전반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YTN 시청자위원회가 일련의 사건을 방통위로 가져간 이유다. YTN 시청자위는 방송법 제88조 2항 “시청자위원회의 대표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를 근거로 지난 6월부터 방통위 문을 두드렸다. YTN 시청자센터를 통한 방통위 공문 접수 요청이 거절당하자 지난 6월29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방통위에 의견진술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관련 규정과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고, 법적 검토와 내부 논의 등을 거쳐 두 달 만인 8월31일 전체회의에서 비공개로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YTN 시청자위는 이날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진술서에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차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통위가 시청자위원회의 법적 권한인 의견 진술권의 보장을 위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정비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또한 “시청자위원회 구성도 방송사가, 자율적인 권한을 정할 규정 제·개정권도 방송사가 정할 수 있고, (중략) 시청자위원회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며 보좌해야 할 사무국인 시청자센터 역시 방송사의 조직으로 시청자위원회는 어찌 보면 태생적으로 사측에 기생적인 조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시청자위원회 제도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시청자위원회 사무국인 시청자센터를 방송사 운영으로부터 상당한 독립성이 부여되도록 제도화하고 △시청자위원들의 권한, 역할, 의무에 대한 토론과 교육프로그램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뒷받침하며 △방송사와 시청자위원회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방송법상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정들을 명백히 정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YTN 시청자위는 “현행의 월 1회 최소한의 법적 요구만을 충족하는 시청자위원회는, 미래의 방송 현실에서 한계가 계속 드러날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며 “좀 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시민과 시청자들의 참여와 역할 그리고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이 보장하는 시청자위원회의 독립성과 업무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반드시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위원회 건강한 운영 위해 방통위가 재원 투입해야”
이날 YTN 시청자위 의견진술 대표자로 참석한 임태훈 위원(군인권센터 소장)은 1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의견진술권이 방송법에 보장돼 있음에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불비한 상황에 대해 방통위원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며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현 위원 등은 좋은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임 위원은 그러나 “더 안타까운 건 국회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 방송이, 혹은 저 방송이 나한테 유리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시청자위원회의 건강한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시청자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신 분들이 있기에 방송에 대한 인지도나 전문성에서 차이 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방통위가 재원을 마련해 시청자미디어재단 같은 데서 연 2회 정도 전국 시청자위원회 합동 워크숍 같은 걸 여는 등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문제를 YTN의 하나의 치부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면서 “저희의 제안에 대해 방통위가 어떻게 소화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거고, 이젠 언론 관련 단체들이 이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