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2.07.15 14:31:16
“TBS 저널리즘이 서울시민을, TBS가 주요 타깃으로 하는 시청자를 대의(代議)했는가, 그들을 위한 저널리즘을 했는가, 하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TBS의 공적 책무와 정치적 독립성’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TBS에 대한 평가와 논의는 TBS가 추구해온 ‘지역 공영방송’이란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TBS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아예 해체하자는 쪽에서도 이런 논의는 생략돼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란 킬러콘텐츠 하나에 TBS의 역량과 TBS를 향한 비판이 모두 집중되면서 TBS는 재단 출범 2년여 만에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존폐 위기에 몰렸다.
서울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은 제11대 의회 임시회가 열린 첫날, 제2호 의안으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제출했다. 서울시 교통국 산하 사업소로 있던 TBS가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기까지, 실무 논의만 최소 2년 이상 걸린 TBS 설립 조례의 폐지를 의회가 열리자마자 속전속결로 추진한 것이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이 때문에 TBS 폐지 조례안이 제안 근거도 부족하고 법적 검토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역 공영방송에 대한 서울시·시의회 이해 부족”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폐지 조례안의 제안 이유를 “정보통신기술발전과 교통안내 수요에 대한 급격한 변화는 물론, 방송분야에 대한 서울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라고 밝혔는데, 김동원 실장은 “디지털 플랫폼 미디어 환경, 교통방송 기능 불필요 등의 사유는 ‘방송사항 변경’에 해당하지 출연기관 폐지의 사유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기엔 시의회 대표성에 의문이 있다고도 했다. 6·1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의 득표율을 실제 선거인 대비로 환산하면 다수당인 국민의힘조차 “서울시민 유권자 10명 중 3명을 대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폐지 조례안 부칙에 TBS 직원을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에 우선 채용하겠다는 특례 규정을 둔 것도 “방송 관련 직무 연속성이 단절되며, 공공기관 신규채용의 불공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또 “조례를 폐지할 경우 폐지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공영방송에 대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러나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은 TBS에도 있다. 김동원 실장은 “TBS가 시민참여 실험 등을 했지만, 제도와 규정으로 안착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치 중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더 무게를 두면서 TBS 스스로가 지역방송으로서 지역 저널리즘을 충실히 구현했나 짚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T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며 “‘뉴스공장’ 폐지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저널리즘에 적합한지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 힘으로 밀어붙이기 “일단 멈춰”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와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지적했다. 김 실장은 “TBS 이사회 이사 2명의 추천 권한을 갖는 방통위의 역할이 부재하다”면서 “2년 전 경기방송이 지상파 방송 면허를 반납한 것처럼 다시 주파수가 비는 걸 두고 볼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협약에 TBS를 포함하고, 지역 중소방송 지원 대상에 TBS를 포함하거나 광고 단독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오세훈 시장이나 서울시의회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의 공영방송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낸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공영방송의 위상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니 폐지 조례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부터 우선 중단해야 한다고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시장과 시의회가 막 힘으로 몰아붙이는 걸 일단 멈추라고 해야 한다”면서 “TBS가 서울시의 공적 재산이고 시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는 방송이니 어떻게 시민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실장은 서울시의회에 “8월19일 개회(제310회 임시회)와 함께 ‘공영방송 특별위원회’ 설치를 의결해 TBS 조례 폐지 검토에서 TBS의 공적책무 수립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재단설립 때도 있었던 시민 의견수렴을 폐지안에도 적용해 TBS 조례 폐지안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견을 접수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TBS 지부장 “책임 통감…정치적 논리 변질은 안타까워”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TBS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TBS를 비판하는 분들께 이런 상황을 만들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한 언론사의 존폐 문제가 정치적 논리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조 지부장은 “가장 안타까운 건 조례 폐지안이란 결과를 만들어놓고 그걸 우선시하며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비판하면서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해 TBS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지 못한 내부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공정성과 균형감을 잡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해왔고 뭔가 진행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민들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거다. 계속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더 반응했어야 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치밀하게 점검하고, 어찌 됐건 예산을 받는다는 것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와 경영진을 향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조 지부장은 “지난번 인터뷰에서 대표가 정치의 실패로 TBS가 어려워졌다고 얘기했는데, 다수 구성원은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메시지가 TBS의 정체성을 더 축소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봤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대사를 인용하겠다. ‘날이 따뜻해지는 걸 보면 단장의 시간은 지났다’”고 말했다.
TBS지부는 복수 노조인 TBS노동조합과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양 노조는 14일 오전 “TBS가 재단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임을 통감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언론의 자유 수호와 TBS 구성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상호 최선을 다할 것이며 조건 없는 연대를 선언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도 이날 “조합원의 생존권과 저널리즘 독립성 보호를 위한 활동을 최우선으로 해온 언론노조는 TBS 문제 접근에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며 “철 지난 진영 논리에 기대서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얄팍한 생존을 도모하거나 사적 이익,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그 누구의 시도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