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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동 위축…'재계 목소리' 무게

재벌정책 보도 부작용만 나열…'삼성표적' 부각도

박미영 기자  2003.01.08 11: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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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재벌개혁 관련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경제 개혁의 필요성은 외면한 채 재계의 반발과 경제 불안만 부각시키고 있어 ‘재계 편들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은 지난 2일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폐지 유도’를 시작으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검토’, ‘집단소송제 확대’ 등 인수위 발 재벌개혁 관련 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인수위 측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골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언론에 충분히 보도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은 정책 검증보다는 재계의 반발을 부각시키는 데만 집중함으로써 재벌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벌 개혁 강수 총동원…재계 강력 반발’(중앙), ‘재벌개혁 신호탄인가 재계 비상’(조선) 등 일부 언론은 “현실을 무시한 규제가 많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반발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또 중앙일보가 6일자 경제섹션 1면 머릿기사로 새 정부의 재벌정책을 반박하는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의 인터뷰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대다수 신문이 같은 날 손 부회장이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에서 밝힌 재벌정책 관련 발언을 ‘재계 노 재벌정책 반대’ 등의 제목을 달아 주요하게 보도했다.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새 정부의 재벌정책이 삼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삼성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7일자 3면 머릿기사로 ‘삼성, 인수위 재벌개혁에 촉각’, ‘삼성이 재벌 개혁 타깃인가’라는 기사를 싣고 “새 정부의 재벌개혁 아이디어들이 대부분 ‘이재용(이건희 회장의 장남)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삼성과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이 첫 표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이들 신문은 사설 등을 통해 재벌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에서 “복잡한 기업현실을 개혁의 명분만으로 단순명쾌하게 재단하는 방식은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지금 절실한 과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발전엔진을 찾아 성장잠재력을 시급히 배양하는 것”, “재계가 새 재벌정책으로 기업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에 걱정이 모아진다”고 우려했다.

이들 신문은 재벌체제가 안고 있는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그럴 만한 여유도 없다”(조선), “경제정책은 현실과 조화를 요하고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추진이 어렵다”(중앙)며 사실상 재벌 규제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