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2.03.31 11:36:25
‘하극상’ 논란으로 정치부장에서 보직 해임되고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던 안동환 서울신문 기자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서울지노위는 안 기자를 보직 해임하고 국제부 전문기자로 발령한 것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 모두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모든 일의 발단이 된 ‘하극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결과다. 30일 지노위로부터 판정서를 송달받은 서울신문 측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름여 만에 정치부장을 국제부로? 업무상 필요 인정 안돼”
지난달 23일 심문 회의를 진행한 지노위는 서울신문 측이 주장한 인사 발령의 정당성과 정직의 정당성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안 기자가 편집국장에게 막말과 고성을 쏟아내는 등 ‘하극상’을 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지노위는 “위계질서를 문란케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발언을 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기자가 정치부장으로서 편집국장의 업무지시 등을 지속적으로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자료가 불충분해 실제 존재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했다.
또한, 정치부장으로 재직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돌연 국제부 전문기자로 인사 발령한 전례를 찾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했다. 오히려 이번 인사로 “(신청인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정신적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정직에 대해서도 정당한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봤다. 안 기자는 정치부장에서 보직 해임되고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18일 사내게시판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부장이 된 후 편집국장이 지시했던 특정 대선 후보와 관련한 보도지침과 현재의 인사 조치 상황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음날 송한수 경영기획실장의 징계 재청으로 같은 달 30일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징계위는 ‘타인 또는 회사를 비방하거나 그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 사내 전자게시판 운영 내규 등을 근거로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 안 기자는 징계위에 참석해 자신이 썼던 ‘보도지침’이란 표현에 대해 ‘(국장의) 지시방침’을 의도한 것이나,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 사건’을 연상시킬만한 오해가 있는 표현이란 점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재심을 거쳐 지난해 12월8일 정직이 확정됐다.
서울신문 측은 지노위 심문에서 안 기자가 입장문을 외부에 게시함으로써 언론사인 회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했고 이로 인해 회사와 구성원들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보도지침’ 단어 사용은 일종의 고유명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편집국장이 특정 대선 후보와 관련한 보도를 비판적으로 쓰라는 지시를 반복적으로 한 것에 대해 서술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귀책사유를 묻기 힘들다고 했다.
따라서 정직의 징계 사유가 부당하므로 “징계양정의 적정성 여부 및 징계절차의 적법성 여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이 이 사건 정직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인사 발령과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인사 발령으로 인한 임금 차액과 정직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서울신문 “납득 안돼…항소 가능성 높다”
서울신문 측은 지노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한수 경영기획실장은 30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판정서를) 오늘 받았기 때문에 징계에 참여했던 분들과 논의를 해야 하겠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전체적으로 다 이해가 안 되는 입장”이라며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지노위 판정에 이의가 있으면 판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