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 기자들, 노조 설립…매각 과정 공동 대응

구성원들 "사전 논의 없었고 '지라시' 통해 내용 파악"
업계 "BHC, 자사 이익 '방패막이' 겸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듯"

강아영 기자  2022.03.30 13:59:31

기사프린트

지난 21일 중앙일보 자회사인 중앙일보S가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일간스포츠, 이코노미스트를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두 매체 기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매각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충분치 않았단 판단에서다. (중앙일보S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기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매각 과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급작스런 매각 소식 이후, 여러 차례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충분치 않았단 판단에서다. 기자들은 지난 28일 노조 설립을 신고한 데 이어 29일 오전엔 사측과 간담회를 가졌고, 앞으로 필요할 경우 사측에 공식적인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1일 중앙일보 자회사인 중앙일보S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스포츠‧연예 전문지 일간스포츠,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를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를 원한 BHC와 한정적인 보유 자원 속, 선택과 집중을 원했던 중앙그룹 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다만 소속 기자들에게 별도의 사전 설명 없이 일이 추진되면서 기자들은 당일에야 MOU 체결 사실을 알았다. 일간스포츠 한 기자는 “사실상 대부분의 기자들이 ‘지라시’를 보고 매각 소식을 접했다”며 “본부장급에겐 오전에 통보를 해준 걸로 알고 있는데, 평기자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매각 소식에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기자들은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은 지난 22일 본부장, 편집국장과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고,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와 이상렬 중앙일보S 대표의 사과와 설명을 요청했다. 일간스포츠 기자들 역시 24일 총회를 열고 이상렬 대표의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25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 한 기자는 “지난해 초 디지털 경제매체로 전환한다면서 기자들도 더 채용하고, 장기적으로 데일리 경제신문 창간 계획까지 갖고 있다고 회사가 어필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 (매각 소식에) 기자들이 더 당혹스러워한 게 있다. 이번 매각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얘기한 기자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결국 25일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박장희‧이상렬 대표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비대위는 “회사 임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당한 부당한 처사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회사의 침묵 속 이코노미스트, 일간스포츠 임직원들은 각종 지라시에 수차례 언급되며 견딜 수 없는 모욕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으로 상처를 받은 임직원들에 대한 박장희, 이상렬 대표의 공식적인 설명 및 사과와 함께 앞으로 매각 과정에 대한 사안은 비대위와 적극 협의해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 BHC가 중앙일보 측에 밝힌 인수 이유와 향후 두 매체 운영에 대한 청사진 역시 요청했다.

기자들은 28일엔 공동 노조를 설립하고 29일 오전 사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상렬 대표는 유감 표명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유감 표명이 있었다”며 “질의응답도 있었는데 MOU 특성상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못 들었다. 다만 실사 마무리나 본 계약 과정에서 결정되는 사항이 있고 인수 희망자 측과 이야기가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의 상황은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수도 있어서, 그런 자리를 통해 계속 대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을 두고 업계에선 중앙그룹과 BHC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들어맞았다고 보고 있다. BHC의 경우 언론사를 인수하면 자사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이자 동시에 주요한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지난 25일 미디어고토사에 쓴 글에서 “BHC는 매해 100억원 내외의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3년 동안 지출한 비용을 어림잡으면 250억원 이상”이라며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중소형 언론사 1~2곳을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콘텐츠 제작력이 탁월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며 수용자들의 충성도가 괜찮은 편이라면 당연히 탐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그룹 역시 지속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추구했던 연장선상에서 이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지난 21일 매각 협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저희가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데 보유 자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두 개 매체에 대한 자원 집중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홍정도 부회장이 예전부터 핵심부서와 계열사만 유지하려는 생각이 있었고, 실제 그 과정에서 많은 잡지들이 폐간됐다”며 “중앙일보S 역시 계속 적자가 나니 골치가 아팠을 거고, 그래서 이번 매각도 추진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중앙일보S의 2020년 당기순손실은 22억8538만원, 2019년 당기순손실은 11억3854만원이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