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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신문인가"

미주 중앙일보 "여중생 핸드폰 받다 사고" 기고문 파문

박주선 기자  2002.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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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에 대한 모독 말라” 비난 여론 거세





“핸드폰을 받다가 사고를 당했다?”

미주 중앙일보 뉴욕판에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가 여중생들의 핸드폰 사용 때문에 발생했을 지 모른다는 주장의 기고문이 실려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자 미주 중앙일보 뉴욕판 오피니언면은 이계선 퀸즈평화교회 목사의 ‘장갑차 사건의 미국 상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 이 목사는 “여중생 사망 사건은 누구 잘못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눈앞에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다. 파란불이 꺼지고 빨간불인데도 걷고 있었다. 그것도 느릿느릿 모델쇼의 걸음으로, 무대 위의 배우처럼 상체를 흔드는가 하면 핸드폰을 꺼낸 아가씨도 보였다. 혹시 여중생도 저렇게 걷다가 당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또 “‘길을 비켜라! 상감마님 나가신다’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게 군사훈련”이라며 “느리게 기어다니는 탱크에 어느 천년에 치일 수가 있단 말인가. 통신병의 증언처럼 여학생들이 한눈 팔고 핸드폰 전화를 하느라고 탱크소리를 못듣고 변을 당한 건 아닌가”라며 재차 여학생들의 과실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론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제일 억울한 것은 미국”이라며 “한국을 가장 크게 도운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민이 틈만 나면 ‘양키 고홈’을 외쳐댄다. 뭣주고 뺨 맞는다더니 미국이 지금 그 꼴인 것”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 글이 유포되자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홈페이지에는 비난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 목사의 망언은 망자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미군의 처벌을 요구하는 우리 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채희병 범국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사고 현장에서 핸드폰은 발견되지 않았고 장갑차는 시속 60㎞의 속도로 달렸다. 심미선 양의 신발이 시신에서 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을 볼 때 쫓기다 치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목사의 글을 반박했다. 채 국장은 또 “언론이라면 균형 잡힌 기사를 실어야 하는데 사실 확인 없이 추측과 상상으로만 쓴 글을 내보냈다”며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변지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종선 미주 중앙일보 뉴욕지사 편집국장은 “오피니언면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듣자는 취지로운영하는 면”이라며 “다른 사항은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목사는 자주 투고하지만 고정 필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