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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도청특종' 관심 없나

김상철 기자  2002.12.11 1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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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한나라당은 ‘국정원 도청 의혹 문건’을 폭로했다. 한동안 폭로 관련 내용과 도청 실태, 국정원 위상 등을 논하는 기사가 지면을 메웠다.

한나라당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는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사안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다 그 실태나 파장에 있어서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게 없는 문제인 것이다. 언론 입장에서 본다면 ‘첫 보도’는 비록 한나라당에 놓쳤지만 제대로 확인해 낼 경우 희대의 대특종으로 길이 남을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캐서린 그레이엄…. 이런 이름들은 워터게이트라는 사건 하나로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전설처럼 기억되는가.

그런데, 아쉽게도 이후 언론이 만들어낸 후속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대선 취재보도에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폭로가 멈추면 보도도 멈추는 과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차별 중계보도’라는 해묵은 비판도 그래서 되풀이됐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한나라당 폭로 직후 “내가 서울에 있는 기자라면 확인하기 위해 작정하고 뛰어보겠다. 얼마나 대단한 사안인가”라며 비판 아닌 비판을 건넸다. 한 정치부 기자는 폭로가 한창일 때 “내가 무슨 기사를 썼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쓰고 있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지금 이 순간도 ‘대특종’을 위해 현장을 뒤지고 다니는 기자가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은 당시 폭로를 보도하면서도 ‘어차피 일회성에 그칠 정치공세’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