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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비판기사 무더기 삭제,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

기자협회 등 현업단체 기자회견
"기사 삭제는 현대판 분서갱유"

박지은 기자  2022.01.24 16: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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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가 24일 서울신문 대주주인 김상열 회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가 24일 서울신문 대주주인 김상열 회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제된 ‘호반그룹 대해부’ 기획 기사 복구와 편집권 독립 제도적 보장을 요구했다. 세 단체는 서울신문 사장, 편집국장 등이 자사 특별취재팀이 지난 2019년 보도한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시리즈 기사 50여개를 지난 16일 일괄 삭제 조치한 것을 두고 “현대판 분서갱유” “건설자본의 미디어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 단체는 “종합일간지를 인수한 호반그룹은 자사와 사주 일가의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 기사 수십 건을 무더기로 삭제했고,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가 편집권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옹호에 나섰다”며 “해당 신문사를 인수한 대주주와의 상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명분으로 기사가 무더기 삭제된 일은 군홧발이 편집국을 짓밟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밝혔다.

세 단체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호반그룹 사주인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김상열 회장이 회사 알림에서 “기사들의 진실성이 밝혀진다면 회장의 직권으로 기사를 다시 게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세 단체는 “적반하장식 망발”이라며 “서울신문의 편집권이 사주인 자신에게 있음을 확언한 것으로 향후 대주주 일가와 건설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보도는 언제라도 멋대로 삭제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호반 대해부’ 기사를 보고 대한민국 재벌 체제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개선의 지점을 함께 연구해보려 했던 수많은 시민, 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사가 삭제됐다는 걸 알고, 허탈감에 빠져 있다”며 “호반이 서울신문이라는 하나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도 자신의 치부가 영원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깨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도 “언론 스스로 편집권을 자본에게 송두리째 갖다 바친 굴종의 모습은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며 “기자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짓밟는 죄악을 저질렀다. 이제라도 일선 기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주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 서울신문 안에 있는 양심 있는 기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이번 사태는 서울신문이 아니라 언론 전체의 위기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규정해야 한다. 서울신문에게만 맡기지 말고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싸워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