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지들이 여기 무엇 때문에 서 있는가 생각해 봤다.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 김진수 사장으로 인해 무참히 짓밟힌 언론인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 김 사장은 언론사 대표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고도 어떤 반성도 없이 경찰 수사만 보자고 한다.”
김진성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11일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상경투쟁 성격의 기자회견에서 “더 문제인 건 정수장학회다.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장을 선임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묵묵부답, 수수방관 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책임을 질 때까지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광고비와 회사발전기금 등 공금 형식의 자금을 개인 인센티브로 돌려 사익을 취한 김진수 사장에 대해 횡령혐의로 다음 주 내 추가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일보 구성원, 언론노조, 언론노조 산하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전신노협)와 지역신문노조협의회(지신노협), 언론공공성지키기부산연대 등 20여명은 이날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부산일보 김진수 사장 선임한 정수장학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 퇴진, 정수장학회의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촉구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진 유일 대주주다.
앞서 MBC ‘스트레이트’는 김 사장 등이 건설사 동일스위트 김은수 대표로부터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는 벤처캐피털 지분을 원가에 양도받았다는 유착 의혹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명백하게 언론 윤리에 어긋난다” “고위 공직자나 권력자가 대규모 이권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 대표로부터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 제의를 받고 거래에 나섰다면, 과연 우리 신문은 공적 감시의 영역에서 벗어난 사인 간의 거래라며 침묵하고 있을 것인가”라며 반발한 바 있다. 사장의 행위를 “부산일보의 공적 영향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해사 행위”로 보는 시선이다.
기자회견에선 정수장학회가 대주주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부산일보 구성원을 넘어 언론인 전체에 대한 명예실추를 일으킨 사건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역언론의 맏형격인 부산일보의 신뢰, 정치적 중립성을 땅바닥에 떨어뜨린 안병길 사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퇴진을 요구했던 3년 전 일이 기억난다. 달라질 거란 기대도 있었지만 인물만 바뀌고 다르지 않은 이유로 이 자리에 섰다. 왜 그런가. 대주주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2018년 부산일보에선 당시 안병길 사장의 배우자가 특정 정당 시의원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 퇴진 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언론인을 부끄럽게 했던 김만배씨가 쇠고랑을 찼다. 규모 차이만 있을 뿐 김진수가 벌인 작태는 언론인이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파렴치한 행위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언론인에겐 편법, 탈법, 불법을 따지기 전에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막중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이런 사장을 머리에 이고 조합원들이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독자의 신뢰와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대주주인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미래를 위해서 비리덩어리 사장을 주주권한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요구다.
장형우 전신노협 의장도 “언론사 대표는 사실상 언론사의 상징인데 사익을 취한 게 밝혀졌는데도 버티고 있고 정수장학회는 옹호하는 투로 지켜보고 있다. 비극적이면서도 비참하다”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와 투쟁을 하고 있는데 전신노협 의장으로서 타 지부들에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당부하고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선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했다. 그는 “부산일보지부는 과거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사장 선임 때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김진수 사장 퇴진과 함께 ‘제2의 안병길·김진수 사장’이 나오지 않기 위해선 정수장학회 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지역언론인들이 고군분투하며 사회적 약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사장이 지역 시민의 언론불신을 가중하는 데 앞장서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정수장학회가 지금이라도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 김진수 사장 퇴진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통의 요구는 김진수 사장 즉각 퇴진 또는 정수장학회의 김진수 사장 해임으로 수렴된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김진수 사장은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이 조속한 시일 내에 사죄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또 “정수장학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선임한 사장이 건설사와 수상한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어떠한 조치도 없다”면서 “부도덕한 사장을 감싸고 드는 정수장학회는 김진수를 즉각 해임하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진성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 장형우 전신노협 의장,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을 비롯해 김명래 지신노협 의장, 배상원 MBC플러스지부장, 부산일보 조합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