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연주 논설주간이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와 <서울-워싱턴-평양>이라는 책 두권을 나란히 펴냈다.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는 지난 95년 신문의 날에 한겨레신문에 쓴 동명의 칼럼제목으로 정 주간이 한겨레 등의 매체를 통해 선보인 칼럼을 한데 묶은 글모음집이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지금 한국의 일부신문이 펼치고 있는 더러운 돈싸움과 치졸한 일등싸움, 그것이 빚어내는 피투성이의 상업주의적 경쟁은 과장과 거짓보도를 키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자는 소설가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 언론이 이 사회에 저지르는 죄악은 엄청나다. 그래서 나는 신문의 날을 맞으면서 기자인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주장했던 정주간은 귀국 후에도 한국언론의 현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한겨레에 쓰거나 다른 매체에 기고했다. 그는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라는 글을 통해 ‘조폭언론’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해 언론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젊은 언론인들이여 일어나 조폭사주에게 저항하라”던 당시 칼럼은 지금도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정연주의 워싱턴 비망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서울-워싱턴-평양>은 그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부터 마음 먹었던 “책을 쓰리라”는 다짐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책의 전반부는 그가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 언론에 복귀하기 전까지 동아투위 활동, 수배와 투옥을 거듭했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곳곳에서 저항의 한국현대사를 거친 한 젊은 투사의 역경 위로 자식된 도리, 부모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자괴감이 겹쳐지고 있다. <서울-워싱턴-평양>의 중심축은 4부 ‘워싱턴 특파원’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받은 후의 기록이다. 임수경 방북사건이 터진 직후 워싱턴으로 부임한 정 주간은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씨의 판문점 귀환 기사를 작성했던 당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나는 문 신부와 임수경씨의 기도내용을 토씨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 그들의 기도가 훼손될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기 위해 둘의 기도를 담은 테이프를 수없이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들의 기도를 옮기는데 웬지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
정 주간의 ‘워싱턴 특파원’은 이 책의 끝 순서이지만 다음 책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정 주간은 격동의 시기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보고느낀 미국의 실상을 계속 책으로 낼 예정이다. 정 주간은 “워싱턴 특파원 시절부터 늘 생각해 오던 것이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문제였다”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 지금 시점에서 미국을 생생하게 조명하는 작업을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주간은 필자이기 이전에 워싱턴 특파원 시절의 각종 자료들을 상자째 보관하고 있는 ‘문서소장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1’이라는 숫자를 붙이고 나온 <서울-워싱턴-평양>이 몇권까지 이어질지 정 주간 자신도 선뜻 대답하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