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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계승·보-혁 대결 여론몰이

[대선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

보고서  2002.1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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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언론 특정 정당 주장 확대포장 ‘외눈박이’ 보도





선거는 서커스가 아니다. 서커스 흥행을 위해서는 요란한 악대(band)를 태운 왜건(wagon)이 마을을 휘저으며 지나가면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면서도 막연한 궁금함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모여드는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모으고 이렇게 사람이 모이다보면 군중은 결국 불어나 예기치 않은 바람을 일으킨다.

우리 언론의 선거보도 행태에 가장 적합한 말로 평가되는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는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기자협회 대선공정보도위원회는 특히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일부 신문의 보도에서 이같은 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가능해 보이던 노-정 후보의 단일화가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장식한 지난 24일 자정을 전후해서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연주한 음악의 테마는 ‘후보 단일화 흠집내기’에 다름 아니었다. 더욱 큰 문제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각 신문의 논조가 일제히 표출된 11월 26일자 사설에서 향후 대선보도를 정파적인 입장에서 치명적으로 왜곡시키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양강구도를 ‘단절’과 ‘분열’로 규정함으로써 특정 정파의 주장을 고스란히 옮기는 우를 범했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현 정권의 업적을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그 실정을 비판할 것이냐에 따라 방향을 달리할 것이다”라고 성격규정을 하고 있다. 조선은 이어 이념대결 양상에 주목하며 “이번 선거는 ‘김대중 성향’을 지지하는 측과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측 사이의 대결”이라고 확대 발전시키면서 엉뚱하게도 이를 ‘보-혁 대결’로 몰고 가고 있다. 이미 기사를 통해 전달된 한나라당의 주장이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의 주체는 놀랍게도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잡고 있는 ‘DJ정부 청산’과 ‘보-혁대결’에 힘을 실어주었다. 신문의 논조를 한나라당의 노선과 일치시키는 이러한 보도가 12월 19일까지 계속될 경우 이번 선거보도의 최악의 편파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양강구도, 국민분열 부르면 안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지역-세대-계층-이념 간의 대결 보다는 상호보완을 강조함으로써어느 정도 균형을 잡은 동아는 그러나 조선과 함께 이날자 2면에 후보 단일화에 대한 외신반응 기사에서 ‘NYT 한국대선 좌-우대결로’라는 제목을 달아 역시 보-혁구도에 연연했다.

단일후보 결정으로 시들해지던 선거판의 열기가 다시 뜨거워진 것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개탄하던 언론이 반겨야할 사안임에도 이를 곧바로 과열 우려 또는 좌-우 대결로 몰고 가는 행태 또한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정정당의 주장을 확대 포장하는 형식의 일부 언론의 외눈박이 보도행태는 단일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이미 전조를 보였었다. 동아 사설은 ‘단일화 부작용, 예견된 일이었다’(11월19일자)와 ‘후보 단일화 실체 밝혀야’(11월21일자) 등을 통해 노-정 후보가 ‘정체성 및 이념, 정책면에서 이질적’이라고 강조, 단일화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 18일자 사설은 후보 단일화를 ‘야합’과 ‘낡은 정치의 답습’이라고 정의내린 뒤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노-정 후보간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단일화 논의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두고 공정성 시비를 벌일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언론매체들이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 복당 및 의원 영입 등 무원칙한 ‘세력확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점을 생각하면 보도의 형평성과 편파성은 뚜렷해진다. 동아 사설은 또 단일후보 결정방식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처음부터 분란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칼을 들이대면서도 ‘상식적이고 합리적’(11월19일자)이어야 한다는 새로운 방식은 제시하지 못했다. 동시에 자사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8일자에 소개한 단일화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4%가 찬성했음을 애써 외면하면서까지 단일화의 의미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대선보도위원회의 논평이 특정신문에 집중된 점은 유감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대다수가 찬성하고, ‘밀실합의’가 아닌 공개적인 토론 등에 의한 단일후보 탄생의 의미를 축소하고, 선거국면을 좌-우대결로 몰고감으로써 기왕의 색깔론으로 연결시키려는 퇴행적인 작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