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박한 지식·걸출한 입담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오는 12월 2일부터 기자로 현장을 누빈다.
도올은 지난 25일 진행된 EBS TV 불교철학강좌 ‘도올, 인도를 만나다’ 마지막 강의 녹화에서 “12월 2일부터 문화일보에 출근해 평기자로 일할 예정”이라고 밝혀 또한번 세간을 놀라게 했다.
도올의 문화일보 입사는 지난 8월 동국대 강연도중 “기자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문화일보 편집국 내부에서 영입에 대한 의견이 흘러나왔고 이를 전해들은 김정국 사장이 도올의 영입에 직접 나선 것. 지난 9월 한 기자가 주선한 식사자리에서 김 사장은 도올에게 “문화일보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당시 확답을 피했던 도올은 최근 문화일보 사장실과 편집국을 찾아 수락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문화일보는 도올을 편집국장석 기자로 발령했으며 도올의 요청에 따라 평소 그를 돕던 2명의 수행원중 한명은 기획관리국 직원으로, 한명은 객원기자로 채용해 도올의 수행을 유지토록 했다. 6층에는 별도의 집필실도 마련했다.
도올과 문화일보의 인연은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9년 12월 문화일보는 당시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된 방송교재 ‘노자와 21세기’에 대해 ‘자만의 늪에 빠진 대가’라는 서평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본 도올은 방송도중 당시 이 서평을 작성한 기자 이름을 칠판에 쓰고 욕설을 해가며 반박한 바 있다. 도올은 “문화일보의 기사는 터무니 없으며 몇십 년 동안 공부해 이룩한 학문적 논리를 공격하지 않고 인신공격에만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도올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은 기자와 교수이며 이를 개혁하지 않고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화일보 역시 그 후 도올의 당시 언행에 대한 비판기사 및 재반론으로 맞섰다. 당시 도올과 갈등을 빚었던 그 기자가 바로 김 사장과 도올과의 자리를 주선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 기자는 “방송이 나간 이후 도올이 자신의 저서를 챙겨주고 식사를 제안하는 등 마음을 많이 써줘 감정은 없는 상태였다”면서 “도올이 입사하는데 메신저 역할을 하긴 했으나 막상 도올과 한 회사에 다니니 묘한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도올에게 고정칼럼을 맡기거나 전문기사를 맡기는방식 대신 현장취재를 맡길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서 출입부터 시작하는 수습교육을 시키지는 않을 예정이다.
조명식 문화일보 기획관리국장은 “도올 특유의 감각으로 좋은 기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 이미지와 위상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올은 고려대 철학과 교수이던 86년 4월 당시의 정치상황과 교수사회의 문제를 거론한 ‘양심선언’이후 강단을 떠났고, 어느날 갑자기 원광대 한의학과에 입학, 한의사가 돼 한의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도올은 또 문화예술 분야에도 힘을 쏟아 손진책씨와 함께 극단 미추를 창단하고 장군의 아들, 취화선 등의 작품에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는 등 하는 일마다 화제를 낳아 이번 기자선언도 언론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