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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 여당 단독 처리…"선 넘었다"

문체위, 국민의힘 항의 속 표결 강행…24일 법사위·25일 본회의 처리 예정

김고은 기자  2021.08.19 17: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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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끝내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25일 본회의 처리까지 8부 능선을 넘긴 터여서 언론·사회 전반에 걸쳐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9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전체회의를 열고 2시간여에 걸친 격론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6명 중 9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오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체위 회의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회의 중에도 문체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까지 참석해 피켓을 든 채 여당의 강행처리에 항의했지만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의 수적 우위를 막진 못했다.

민주당은 앞서 18일 국민의힘 요구로 소집된 안건조정위원회도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넣어 사실상 여야 4대2 구도를 만든 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으로 의결을 강행하기도 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문체위를 최종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인한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도록 하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골자로 하며, 인터넷 뉴스에 대한 열람차단청구권 도입, 정정보도를 원 보도와 같은 크기 및 시간·분량으로 하거나 최소 2분의1 이상으로 강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 및 대기업 임원 등의 징벌적 손배제 청구 대상 적용은 제외됐으나 여전히 그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이 많다.

위헌성 비판을 받은 ‘고의·중과실의 추정’ 6가지 기준과 관련해선 18일 안건조정위 논의를 거쳐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정정보도청구 등 미표시 등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징벌적 손배 청구시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기준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별도의 충분한 검증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왜곡하는 경우 등 4가지로 정해졌다.

문체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오는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른바 ‘개혁 입법’의 하나로 당 차원에서 추진해온 법률안인 만큼 본회의까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 보여줬다”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오만과 불통을 성토하고 나섰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 4단체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며 “오늘 강행처리를 계기로 민주당은 과거 언론을 장악하고 농단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했던 권위적 보수정당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기득권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넘지 말아야할 강을 건넜다”고 규탄했다. 언론연대는 “시민사회가 줄곧 ‘미디어 개혁’의 과제로 요구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성 평등 미디어의 실현, 미디어노동인권 강화 등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강행처리한 게 이 법안이라니 한탄스럽다”면서 “불신과 적대에 기대는 방식으로 언론을 개혁할 수는 없다.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다수의 횡포이며 민주주의 후퇴일 뿐이다. 언론개혁이라 말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