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후 기자 2021.07.13 18:03:03
2019년 6월 말, 포스코가 보유하던 서울신문 지분 전량(19.4%)을 인수하며 서울신문을 들쑤셔놨던 호반건설이 다시 등장했다. 은밀하게 움직였던 2년 전과 달리 이번엔 노골적이다. 호반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 주식 전부를 매입하겠다며 1인당 5000만원의 현금을 내밀었다.
호반건설은 지난 7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사주조합 보유지분 29%를 300억원에 매입하고, 특별위로금 210억원(임직원 420명에게 1인당 5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중앙일간지 평균 수준의 임금인상과 디지털 인프라 확대 등 매년 25억원 투자, 매년 20억원 수준의 홍보비 집행 등 몇 가지 처우개선책도 제시했다. (관련기사▶ 호반의 역습…1인당 5000만원 내밀며 "서울신문 최대주주 하겠다")
2년 전 기획재정부, 우리사주조합에 이어 서울신문 3대 주주로 올라선 호반은 그동안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매입하거나 기재부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을 모색하며 서울신문 인수 의향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그러나 ‘경영권을 노린 건설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용납할 수 없다는 서울신문 내부의 거센 반발과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계 여론에 직면하자 올해 4월 우리사주조합에 서울신문 지분을 18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랬던 호반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가 무산된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전부 사겠다며 역제안했다. 지난 4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호반은 광주방송 지분을 팔고 전자신문과 EBN을 잇달아 인수하더니 현금보상이라는 달콤한(?) 제안으로 서울신문 인수에 본격 나선 셈이다.
호반이 우리사주조합 지분 매입에 성공한다면 690억원으로 서울신문의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된다. 특히 지분율 48.1%, 의결권 53.4%로 서울신문의 과반 절대 주주가 된다. 자산가치만 3000억원이 넘는, 117년 역사의 서울신문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비판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서울신문 내부에서는 “호반건설에 내 주식을 넘길 수 없다”는 성명이 편집국은 물론 비편집국에서 연쇄적으로 나오고 있다.
2012년에 입사한 서울신문 47기는 지난 8일 사내게시판에 “호반건설은 금전적인 보상을 내세워 서울신문을 인수한 뒤 호반건설의 목표를 위해 이용할 것”이라며 “호반건설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사원이 주인인 회사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38기는 지난 9일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경제적인 요건을 무시할 수 없다. 호반의 제안에 일견 솔깃해지는 지점도 있었음을 고백한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원치 않는 기사를, 부당한 지시에 따라 쓰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국장급인 강성남 기자는 같은 날 ‘호반 제의를 거부합니다’는 글을 실었다. 오는 10월 정년을 맞는 강 기자는 글에서 “제안대로라면 아마 내가 사내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혜택을 볼 것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억 단위라고 한다. 모두 그렇지만 저도 넉넉지 못한 살림에 정년 이후의 생활에 고민이 많다”면서 “그러나 나는 호반 제의를 거부한다. 동료들의 성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12일에는 편집국 45기가 ‘주식, 호반에 팔지 말아 주십시오’, 시설안전관리국 소방안전운용부 직원 대다수가 ‘호반건설에 사주조합 지분 매각을 반대합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제작국 윤전부 및 기술부 직원들도 각각 개인 명의로 “언제 구조조정될지 모를 불안한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며 호반건설에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NO 호반! 팔지 않겠습니다”라는 내부 목소리와 별개로 우리사주조합은 호반건설 제안에 대해 사주조합원의 총의를 묻는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19~23일 닷새간 호반건설 제안에 대한 협상 착수 동의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에 부쳐 가결되면 제안 조건의 적정성 등을 감안해 후속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수는 우리사주조합 집행부에 대한 탄핵 추진이다. 지난 8일 사주조합원 84명의 서명이 담긴 박록삼 사주조합장과 이사들에 대한 해임 안건이 발의됐다. 해임 안건에 대한 투표는 19~23일 호반건설과 협상 착수 동의 찬반을 묻는 투표와 동시에 진행된다. 사주조합은 해임 안건이 가결될 경우 총사퇴하고 새 사주조합 이사회 선출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